▶ 박근혜 / 대통령(15일)
- "호흡 맞춰서 국가적으로 큰 과제인 경제회복과 국가혁신 잘 해주시기를 부탁."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15일)
- "우리 모두는 풍우동조다.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입니다. 대통령 잘 모시고 잘하겠습니다."
비바람을 함께 맞으면 운명을 같이해야 할 청와대와 새누리당 새 지도부가 첫날부터 삐걱거림을 연출했습니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5분간 독대한 지 한 시간 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와 황우여 전 대표의 지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성근 정종섭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를 재요청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사실을 알았을까요?
회동 후 김무성 대표는 인사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김명수 지명철회와 정성근 임명 강행을 결정한 걸까요?
김 대표는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후보 지명은 회동에서 얘기를 들었다고 해명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대통령과의 대화를 모두 보안에 부친 데서 비롯한 오해이다. 언론에서 그런 점(당·청 소통 부족)에 대해 지적했으나, (언론에 밝히지 않은) 제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황우여 전 대표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그 전에 상의하지 못한 것은 전당대회 시기 때문이었다."
김무성 대표가 사전에 인사와 관련해 알고 있었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이 정성근 임명을 강행하려 하자, 측면 지원까지 했습니다.
어제 아침만 해도 김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정성근 후보에 대해서는 사실과 좀 다르게 알려졌다고 아마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 결정에 대해서 좀 협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야당에 구했습니다.
또 여권 내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잘 설득해보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갑자기 정성근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 사실을 김무성 대표는 사전에 알았을까요?
김 대표는 최고중진회의 도중 누가 쪽지를 넣어줘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여러 번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정성근 후보자 사퇴도 저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받지 못했다. 사후에 전화 드렸더니 확실한 전달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무성 대표의 말이 맞았다면 당·청 간에 삐걱거림은 언론의 기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소통은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소통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에 취임하기 전부터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했습니다.
당과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성근 후보자에 대한 당의 여론과 민심은 '노'였는데, 김 대표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설득당하고 온 듯 보였습니다.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으로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청와대는 몹시 당혹해했습니다.
임명을 강행하려 했던 박 대통령은 또 '오기 인사'라는 비판만 잔뜩 받고 물러난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박 대통령보다 모양새가 더 이상해진 것 김 대표입니다.
차라리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 후보자를 임명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으면 어땠을까요?
첫날부터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없었던 처지를 이해할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 김무성 대표는 수평적 당·청 관계를 만들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무력화시킨 셈이 됐습니다.
'김 대표가 정말 박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에서 의구심을 남긴 셈이 됐습니다.
야권이 인사 참사의 책임론을 부각시켜 대여 공세의 고삐를 조일 계기를 준 셈이 됐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인사 참사 책임자에게 책임 물어라.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대충 넘어가고 또 다른 조직 만드는 것으로 어떤 혁신도 불가능하다. 더이상 '7인회, 만만회' 같은 얘기 나오지 않도록 비선라인 정리해라"
김무성 대표 자신의 말처럼 대표가 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생긴 그저 실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몇 번 더 반복된다면 당내에서 청와대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2, 제3의 김무성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건 김 대표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겁니다.
김 대표가 당·청 관계에서 더욱 분명한 스탠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