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상대방이 누구를 내보낼지 보고, 그를 상대할 카드를 고르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오래 터를 닦았던 어떤 후보는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어떤 거물급은 아무 연고가 없는 지역에 낙하산처럼 내려가기도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서울 동작을에 새누리당보다 먼저 후보를 전략공천했습니다.
고 김근태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입니다.
먼저 이 지역에서 터를 잡고 있었던 허동준 전 새정치연합 동작을 지역위원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허동준 / 전 새정치연합 동작을 지역위원장(7월3일)
- "당이 이렇게 패륜적으로 가도 되는 겁니까?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죠. 원칙대로 해주세요. 여론조사 결과 조사해서 삼천만 원짜리 보고서가 있어요. 이 당이 패륜적 정당이 언제부터 된 겁니까. 이 당은 선거 못 합니다. 국민 앞에 패륜적 정당으로 낙인찍힐 거예요."
기동민 후보는 광주 광산을에 사무소를 열고 출마준비를 했던 터라 본인조차 전략공천 결과에 당혹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허동준 위원장과 기동민 후보는 20년 친구인지라 두 사람 모두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허 전 위원과 가까운 정세균계와 친노계가 주축이 된 현직의원 30명이 공천철회를 요구하는 등 후폭풍은 거셉니다.
더구나 여기에는 안철수의 남자로 불리는 금태섭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하고 전략공천을 기대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금 대변인은 자신이 아닌 기동민 후보가 전략 공천되자 대변인직을 사퇴하며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왜 김한길과 안철수 두 공동대표는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안철수의 남자가 아닌 박원순의 남자를 선택했을까요?
안철수 대표의 말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7월4일)
- "지난 지방선거의 민심은 변화와 통합을 위해 힘을 합치고도 대안세력임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 미래세력을 못 키웠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목표는 분명하다. 기득권에 안주하면 안 된다. 과감히 새 인물 받아들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도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압승하지 못한 이유가 미래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 듯합니다.
통합 전 안철수 대표는 자신을 분명히 미래 대안세력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자기부정일까요?
안철수 대표가 말하는 그 미래세력은 무엇일까요?
6.4 지방선거에서 여유 있게 승리한 박원순 시장이 이제는 미래세력이 된 것일까요?
그래서 안철수의 남자인 금태섭이 아니라 박원순의 남자인 기동민이 선택된 것일까요?
여러 설에 따르면,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을은 새정치연합에서 누구를 내보내도 승리하기 어려운 곳으로 분석됐다고 합니다.
특히 새누리당이 공을 들이는 김문수 경기지사나 나경원 전 의원이 나온다면 더더욱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심지어 안철수의 남자 금태섭을 내보내도 말입니다.
그래서 박원순의 남자인 기동민을 내보내 박원순 시장의 후광 효과를 얻겠다는 심산이지 않겠느냐는 분석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얼마 전 실시된 야권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안철수 대표를 크게 앞서며 1위를 했습니다.
야권의 차기 대안세력은 안철수가 아닌 박원순, 문재인으로 넘어간 걸까요?
안철수 대표는 내우외환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윤장현 전략공천' 후폭풍을 학습한 때문인지, 자신을 따르던 측근들을 적극적으로 챙겨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 대표의 친구이자 첫 수석보좌관이었던 이수봉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소장도 경기 김포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는 떨어지고, 자기 식구들마저 곁을 떠난다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 대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7월5일)
- "(금태섭과 연락하시나?) 계속 소통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무슨 이상한 말을 하세요. (입지 관리 차원에서 우려의 목소리 나오는데?) 보시죠 진짜 그런지."
자신은 여전히 건재하고, 측근들은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동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정치가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고, 적과 동지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라 하지만, 안철수의 동지들은 그렇지 않다는 뜻일까요?
요즘 의리가 유행이라 하던데, 안 대표와 안 대표의 남자들은 그 의리를 지킬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