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잇따른 인사 참사까지 현 정부와 여권에 안 좋은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금의 집권 세력이 정말 국정운영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 부정적 기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에서 선명히 드러납니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6월 넷째 주 주간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 평가는 50%를 기록했습니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늘었고, 긍정평가는 43.4%로 전주보다 줄었습니다.
문제는 부정적 평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세월호 참사의 여진, 강원도 GOP 총기 사고, 문창극 총리 낙마, 정홍원 총리 유임 등 최근 모든 일들이 대통령의 책임으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일까요?
정홍원 총리 유임은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던 말이 현실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설마 했지만, 실제로 정 총리가 유임되리라고는 여권 내에서도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랬겠느냐는 동정론도 있지만, 정말 답답하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 총리 유임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도중에 사퇴하면서 국정 공백과 국민분열이 심화하고 혼란이 지속하는 것을 더는 방치할 수가 없어서 고심 끝에 지난주에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분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새 후임자를 찾지 못한 책임이 정치권이나 공직자들에게도 있지만, 현 청문회 방식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 "총리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 털기 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돼서 많은 분이 고사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우리 정치권이나 공직사회에 국민이 바라는 변화라고 생각했다. 우리 스스로 털어도 먼지 안 나도록 일상의 변화가 필요하고 특히 국민을 대신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울로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대상을 확대한 것은 지금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깨끗한 후보자를 찾지 못한 것은 그만큼 현 정권의 인재풀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인사권자에게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청와대와 여권의 해명에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지 모릅니다.
이런 비판적 시각은 차기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의 입에서도 나왔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어제)
- "6.4 지방선거처럼 모든 것을 대통령에 의존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더는 보여서는 안 됩니다."
김 의원은 더 나간 말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진 않겠지만, 일부 그런 기미가 나타났다"(27일)
"(박 대통령이) 소통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대통령을 제대로 만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권력서열 2위부터 9위까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 말만 보면 마치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입니다.
발언이 너무 센 탓인지 김 의원은 너무 앞서갔다며, 강연시간을 채우려다 보니 할 말이 없어서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김 의원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당내에서는 '시원하다'는 평가와 '오버했다'는 평가가 교차했습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단지 차기 당권이 아닌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걸까요?
서청원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29일)
- "박근혜 정부를 레임덕에 빠뜨리고 스스로 ‘정권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게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나선 것이 당원들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무성 의원도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센 발언을 통해 당심을 사로잡으려 하는지 모릅니다.
이제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처럼 대통령을 비판해야 자신이 살고, 당이 살 수 있는 지경이 된 걸까요?
어떤 이는 이러다가 나중에 박 대통령에게 탈당하라는 얘기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일입니다.
새누리당 대표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당청 관계가 지금과는 또 달라질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에 머문다면,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새 당대표는 분명히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자주 하게 될 겁니다.
그게 차기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든, 아니면 킹메이커를 꿈꾸는 사람이든 대통령과는 소원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박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해서 차기 대권구도에서 유리해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다시 보면,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12.1%로 가장 높았습니다.
정몽준 전 의원이 11.1%로 2위, 김무성 의원은 8.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때 김무성 의원이 가장 앞섰는데 이번에는 바뀌었군요.
야권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19.8%로 1위, 문재인 의원이 18.2%, 안철수 대표가 12.4%를 나타냈습니다.
아직 2017년 대선은 3년 6개월이 남아 있습니다.
국민의 절반은 차기 대권에 대해 여전히부동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당장의 삶과 정치가 중요하지 아직 먼 얘기인 차기 대권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의 표상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입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새누리당에 대한 평가, 그리고 야권에 대한 평가가 가깝게는 7월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7월30일 재보선에서 드러나게 될 겁니다.
멀게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드러납니다.
결코 지금의 여론조사가 무의미하다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