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장단에 디스코 리듬을 곁들인 춤곡에 맞춰서로 손을 맞잡은 젊은 남녀가 환하게 웃으며 함께 춤을 춘다.
여성의 무릎을 살짝 덮을 정도로 짧게 고친 한복 치마와 굽이 10cm는 족히 돼 보이는 '킬힐'의 조합이 이채롭다.
북한이 최근 새로 창작해 보급한 군중무용의 한 장면이다.
조선중앙TV는 22일 8가지 종류의 '새로 창작·형상한 군중무용'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북한의 젊은 남녀 30여 명이 8곡의 노래에 맞춰 쌍을 이뤄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춤곡은 '인민이 사랑하는 우리 령도자', '황금산 타령', '흘라리' 등 대부분 선전가요와 전통민요였으며 테크노 리듬 등을 가미해 3분 내외의 '댄스용'으로 편곡됐다.
남성들은 모두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지만 여성들은 제각각 화려한 수를 넣은 다양한 색깔의 한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군중무용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동작이 쉽고 반복적인 것이 특징이다. 춤 동작은 한 곡당 3∼4개에 불과했고 남녀가 함께 마주 보고 같은 동작을 하도록 구성해 젊은 층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발구르기, 걷기 춤 등 흔히 볼 수 있는 집단 무용 동작에 어깨춤 등 전통적인 요소도 가미됐다.
앞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21일"흥겹고 낭만적인 군중무용들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낭만을 안겨주고 있다"며 이 군중무용을 소개했다.
조선신보는 "새 군중무용을 담은 CD도 제작되는 등 전국에 군중무용을 보급하는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명절·기념일 때가 되면 평양 시내뿐만 아니라 중앙기관들과 공장·기업소에서도 매일 저녁 춤판을 펼친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7·27 행진곡'을 주제로 새로운 군중무용을 창작하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김형직사범대학 조미향(21·여) 씨는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청년들의 성격에 맞게 재미있게 만든 것이 마음에 든다"며 "'흘라리' 춤과 같은 어깨춤은 민족적인 흥취가 나 대학생 처녀들이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군중무용은 김일성·김정일 생일 행사나 정권 수립일 등 주요 행사 때'무도회'라는 이름하에 행사 참석자들에게만 단기 보급돼 왔다.
그러나 2012년 김정은 체제 들어 군중무용을 행사 때만이 아니라 모든 주민이 일상생활에서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군중무용 보급의 확대는 김정은이 강조하는 '애민(愛民)' 정신이 반영된 정책 중 하나"라며 "청년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젊은 지도자의 장점을 부각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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