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을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 가져가면서 국민이 절묘한 선택을 했기에 그 여정이 더 분주해진 듯합니다.
어느 누구도 승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진검 승부는 7월30일 재보궐선거로 잠시 연기된 듯합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긴장의 끈은 더욱 바짝 죄어진 느낌입니다.
청와대는 오늘 새 홍보수석에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을 임명했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민경욱 / 청와대 대변인
-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개조 작업에 대한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소통의 적임자로 판단해 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복심이었던 이정현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속전속결로 후임을 발표하면서 청와대 개편도 빨라질 전망입니다.
이미 국가안보실장이 바뀐 만큼 정말 김기춘 실장을 제외한 수석 전원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이후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읽힙니다.
이정현 전 수석은 7월30일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새누리당은 곧 있을 당권 선거와 재보궐선거 준비에 분주합니다.
돌아온 원조 친박 서청원 의원과 박 대통령과 가깝지만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김무성 의원의 격돌이 볼만합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 (지난해 10월)
- "(국회에 입성하면) 당이 화합하고 단합하는 데 울타리 역할을 할 것이고…."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 (지난해 4월)
- "여당 국회의원 모두가 제 역할과 신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여기에 이인제 의원까지 더해져 새누리당 당권선거는 혼전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불만이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의 지적처럼, 지도부가 광주에서 '안철수 구하기'에 올인하느라 경기와 인천을 내줬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전남 기초단체장도 사실상 무소속에 텃밭을 내주면서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광주 민심이 새 변화를 선택해줬다. 그 명령에 따라 대한민국 변화위해 헌신하겠다. 이번 6.4 지방선거 치르면서 많은 것 배웠다. 국민이 저 스승이다."
안 대표가 배웠다는 게 과연 뭘까요?
그러나 안 대표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7월 재보궐선거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서울 동작을에 자신의 최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출마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에서도 광주 광산을 비롯한 최대 4곳에서 후보를 골라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광주시장처럼 또 전략공천을 하거나 '자기 사람 밀어주기'를 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게 뻔하고, 그렇다고 경선을 치르자니 조직력에서 밀리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자신들의 측근들이 패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수석을 비롯해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전 최고위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손학규 고문과 정동영 천정배 고문 등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안철수의 남자들'이 자력으로 본선에 오르기는 버거워 보입니다.
6.4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는 전열을 정비해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고 힘있게 국정을 주도하고자 합니다.
새누리당은 당권을 정비해 7월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순항하고자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기사회생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궐선거에서 수권정당으로서 신뢰받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7월 보궐선거에서 패하는 쪽은 꽤 오랫동안 그 후유증을 인내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선거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