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침은 모자람보다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를 공개했습니다.
흰색 동체에 꼬리 쪽에는 큰 왕별과 독수리 문양이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본뜬 듯합니다.
승무원도 민간인이 아닌 제복 입은 여군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부인 리설주와 함께 의장대 사열까지 한 걸 보면 마치 어디 먼 외국이라도 다녀온 듯 착각이 듭니다.
그런데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이 전용비행기는 평안 순안비행장에서 출발해 평양에서 50km 떨어진 남포시 온천비행장에 착륙했다고 합니다.
고작 50km를 가려고 전용기를 탔다는 얘기인가요?
이륙하자마자 착륙했다는 얘기인데, 비행기 이착륙 준비시간까지 따지면 그냥 차를 타고 가는 게 훨씬 더 빨랐을 겁니다.
그러면 왜 김정은은 굳이 전용기를 공개했을까요?
다른 외국 정상들이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모습이 부러워서였을까요?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한 임영선 통일방송 대표의 설명입니다.
▶ 인터뷰 : 임영선 / 통일방송 대표(어제)
- "북한 주민들에게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비행사들에게 자부심을 주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자기가 직접 비행기 타고 가고 돌아가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는 1963년 처음 생산된 소련 일류신 기종으로, 김정은 전용기는 곳곳이 땜질 처리됐고, 페인트로 덧칠된 게 보입니다.
안전성 문제로 국제기구가 해외운항을 금지시킨 모델입니다.
아무리 국내용으로만 탄다 하더라도 극히 불안한 이 비행기를 김정은이 전용기로 타고 있다니 그저 의아스러울 뿐입니다.
어쨌든 신변위협 때문에 늘 열차만 타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겁이 없는 모양입니다.
김정은은 전용요트도 있습니다.
무려 80억 원에 달하는 영국제 초호화 급인 프린세스 95MY모델입니다.
차는 벤츠 리무진이고, 가끔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메르세데스 차량도 직접 운전한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에 김정은이 말 타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이 말은 미국 원산 아파루사로 몇 억 원 이상 가는 귀한 말입니다.
해외유학파인 김정은은 첨단 IT 제품도 즐겨사용하고 있습니다.
집무실 책상 위에는 미국 애플사의 최신형 아이맥 컴퓨터가 놓여 있고, 대만제 최신형 스마트폰도 쓴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아리랑이라는 자체 상표를 붙인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요?
설마 게임을 하는 건 아니겠죠.
우스꽝스러 보이는 선글라스와 모자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알고 보면 꽤 비싼 서양제품과 러시아산 수제모피라고 합니다.
이렇든 김정은의 물건 하나하나는 우리에게는 꽤 흥미롭습니다.
북한 주민은 굶주리는데, 김정은은 이렇게 호화사치품을 쓰는 것을 거친 말로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단, 일반인들은요.
하지만, 정부 관계자, 특히 대북 관련 부처의 핵심 관계자들은 일반인처럼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쨌든 북한은 우리와 서로 총부리를 겨눈 상대이자, 그들을 대화의 틀로 끌어내 평화통일로 유도해야 할 상대이기 때문입니다.
비판할 것은 하되,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말로 자존심을 건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매우 거친 말로 북한을 자극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민석 / 국방부 대변인(어제)
- "계속 거짓말하는 역사 퇴행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로 있을 수 없는 나라이다. 북한이 나라도 아니지 않느냐. 인권이 있느냐, 자유가 있느냐. 오로지 한 사람을 유지하기 위해 있지 않느냐. 북한은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다"
김민석 대변인은 아마도 북한의 이 말 때문이었을 겁니다.
들어보죠.
▶ 인터뷰 : 북한조선중앙TV
- "애어린 자식들을 물고기 밥으로 내던진 유신후예의 매몰찬 랭기에 격분한 민심은 더 큰 화를 당하기 전에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내쫓아야 한다. 박근혜와 그 일당은 고조되는 반 정부, 반 새누리당 역풍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상책으로 무인기사건의 북소행설을 택한 것이다."
북한이 무인기가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 화가 났나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입에 담기 힘든 험담을 해화가 났나요?
그렇다고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말한 것은 정부 당국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거친 말이었습니다.
북한이 김 대변인의 말을 꼬투리 삼아 더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새무리당 하태경 의원조차 북한 대변인의 입에서나 나올 부적절한 발언을 한국 국방부 대변인이 했다는 건 정말 충격이라며 즉각 경질하라고 요구할 정도입니다.
지나침은 부족함을 감추기 위한 허언과 허풍의 발로입니다.
김정은과 북한이 저러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니, 우리가 굳이 똑같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는 지나침 없이 자신 있게 포용과 신뢰정책을 밀고 나가면 될 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