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검찰은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채 아무개군이 채 전 총장의 아들로 보인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아 100%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간접사실과 경험칙에 의해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임 여인의 e메일 계정에서 2010년 2월 수신자 '채동욱'으로 표시된 편지도 확보했습니다.
편지에는 "10년 세월간 숨죽이고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 못했다. 아이를 생각하면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제게 말씀하셨다.…(중략) …당신의 비겁함에 당신이 아이 아빠란 게 부끄럽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어 "이제 당신은 저와 ○○(혼외자)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다. 신들이 당신을 용서하지 않길 바란다”는 구절로 끝을 맺었다고 합니다.
이 무렵은 임 여인이 대전고검장이던 채 전 총장 집무실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 때이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 아들이 맞다고 봐야 할까요?
그런데 채 전 총장은 왜 당시 혼외자식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을까요?
채 전 총장이 퇴임사에서 밝힌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채동욱 / 전 검찰총장(9월30일)
- "39년 전 고등학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또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저의 큰딸, 또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검찰 수사가 맞다면 채 전 총장은 국민을 속이고 후배 검사들을 속인 사람이 됐습니다.
채 전 총장을 철썩같이 믿고 호위무사를 자처해 검찰을 나갔던 후배들만 불쌍하게 됐습니다.
이쯤되면 채 전 총장이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서 정식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설마 대한민국 검찰총장이 거짓말을 하겠어'라고 믿었던 많은 국민과 후배 검사들에게 정식으로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만일 검찰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면, 유전자 검사를 해서 거짓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너무나 비겁합니다.
다른 한가지 궁금함이 또 있습니다.
채동욱 전 총장의 뒷조사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조사를 했는데, 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분명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이 채 전 총장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말입니다.
검찰은 이것이 고위공직자 감찰을 주로 하는 청와대 감찰반의 정당한 감찰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무원과 관련됐다는 의혹만으로 정부 기관이 민간인 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감찰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니 '윗선 의혹'도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채 전 총장의 일은 아마도 두고 두고 사람들 입에 회자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놨던 또 한사람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당시 윤창중 전 대변인의 해명입니다.
▶ 인터뷰 : 윤창중 / 전 청와대 대변인(13년 5월11일)
-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였습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오늘로 꼭 1년이 됐지만, 미국 검찰의 수사는 1년째 감감입니다.
미 경찰은 지난해 이 사건을 1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경범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 기소 동의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아 체포영장 발부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미 검찰이 이 사건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다른 사건들에 밀렸을 수도 있고, 한미 외교 관계를 고려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약속한 만큼 미 검찰이 주저할 이유는 없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수석 비서관 회의 중 (5월13일)
-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윤 전 대변인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의 로비력이 막강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렇다면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을텐데 윤 전 대변인이 무슨 돈이 있어 이 비용을 댈까요?
윤 전 대변인은 아직까지 변호사 비용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쨌든 1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말끔히 매듭되지 않는 듯해 불편한 기분을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뭐하나 속시원한 일이 없는 요즘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