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사고 다음날 진도 사고해역을 찾은 이후 두 번째입니다.
박 대통령이 다시 팽목항을 찾은 이유는 뭘까요?
박 대통령의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오늘)
- "사고가 발생한 지 20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겠느냐.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심정이실 겁니다. 여러분의 심정이 어떠실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앞이…"
가정의 달인 5월의 햇볕은 한없이 따스한데,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차가운 진도 해역 수심 45m에 있을 자식들과 함께 있기에 그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을 겁니다.
애초 박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처음 진도를 찾았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최악이 상황이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모두 다는 아니더라도 상당수 승객을 구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겁니다.
희생자 시신을 이토록 오랫동안 수습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겁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지난달 17일)
- "지금 심정이 어떤 위로도 될 수가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한순간 참담하시겠지만 희망을 잃지 마시고 구조 소식을 모두 함께 기다려 주시기를 바란다."
그러나 모두 살아 돌아오리라는 가족의 염원도, 국민의 염원도, 그리고 박 대통령의 염원도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아직도 58명은 저 차가운 바닷속에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어떻게 생존자 숫자 174는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을까요?
이 의아함은 사고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을 넘어 국민적 분노로 커져 버렸습니다.
정홍원 총리가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슬픔은 더해갔고, 그 슬픔 뒤에 찾아오는 허망함은 다시 또 분노와 뒤섞여 표출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다시 안산에 있는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
▶ 유족(4월29일)
- "지금 사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대통령 자식이잖아요. 저희 자식이기도 하지만 내 새끼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이에요."
▶ 박근혜 대통령
- "가족분들에게 (상황을) 빨리 알려 드리고 더이상 이런 일들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여기 남아 유족분들의 어려움, 얘기한대로 안 되는 어려움 등 여러 문제들을 자세하게 듣고 해결하기를 바란다."
아침 일찍 분향소를 다녀온 뒤 박 대통령은 곧바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민께 사과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29일)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대통령이 사과와 함께 국가안전처 신설을 약속했지만, 침통한 유족들을 마음을 달랠 수는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무위원들에게 사과할 게 아니라 제대로 국민 앞에 사과하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이 사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초기 대응과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정부와 박 대통령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사태수습과 대책이 어느 정도 마련되면 공식적으로 다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5월2일)
- "대안을 가지고 앞으로 국민께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오늘 다시 진도 팽목항을 찾은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다시 팽목항을 찾은 것을 놓고 여론이 나빠져서, 지지율이 떨어지니 하는 식의정치공학적 셈 풀이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전국 분향소를 찾는 많은 이들의 마음처럼 박 대통령도 그런 마음으로 찾았으리라 봅니다.
하루 전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팽목항을 찾은 것과 같은 마음일 겁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월3일)
- "우리가 초기에 대응이 부실해서 우리 눈앞에서 어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몰한, 그 배 속의 많은 아이들 우리가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는데, 가족들 마지막 희망, 기대, 그거 만큼은 모든 노력을 다해서 꼭 해드려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도 그렇고, 문재인 의원도 그렇고, 아무리 정치인이라 한 들, 세월호 참사 앞에서 어찌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세월호 수습이 모두 끝나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꼼꼼히 다져야 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고, 그때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얽히고설킬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수습에 전력을 다하면서도, 연휴 동안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합니다.
국가 개조에 준하는 개혁작업을 벌이면서 어떻게 민심을 수습할 지 고심해야 합니다.
여야는 한 달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을 구상해야합니다.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그 구상의 한 가운데는 세월호 참사가 있습니다.
그 참사를 떠난 정치적 이해관계와 구상은 그저 역풍을 맞을 뿐입니다.
지금은 세월호 외에 달리 얘기할 거리도, 또 그래서도 안되는 시기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