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출범할 통합 청주시의 조직·정원 정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15일 통합 청주시 행정조직 및 정원 조례안과 시행규칙안이 각각 입법예고된 데 이어 22일에는 통합시 인사 기준안을 마련하기 위한 인사조정위원회가 열린다.
통합시 출범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무원 인사 기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기준을 놓고 양 시·군 공무원들의 샅바싸움, 5급(과장급) 정원을 둘러싼 직렬간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밥그릇' 싸움 양상까지 띠고 있다.
◇ 청주시·청원군 본청 근무인원 배분 '갈등'
청원·청주 통합 추진지원단은 22일 오후 제1차 인사조정위원회를 열고 통합시 본청의 근무인원 비율과 주요 보직에 대한 청주시와 청원군 공무원 배분 문제를 논의한다.
1차 회의라고는 하지만 통합시 출범이 고작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인사 기준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의의 쟁점은 1천명 가까운 공무원이 근무하게 될 통합 청주시 본청의 근무 인원을 어떤 비율로 시·군에 배분하느냐 하는 것이다.
본청에 근무하면 승진이 용이한 만큼 양 시·군 공무원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청원군은 통합 정신에 맞게 5대 5의 비율로 본청 근무자를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청주시는 공무원 정원(청주 1천823명, 청원 907명)에 맞춰 2대 1의 비율로 배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시·군이 참여한 인사조정실무위원회가 지난 8일부터 3차례 열렸지만 대립각만 세우다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결국 인사조정위원회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통합시를 먼저 출범시킨 경남 창원시의 사례를 적용해볼 만하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통합 창원시는 출범 전 정원 대비 본청 인원의 비율에 따라 창원과 마산, 진해의 본청 근무인원 비율을 3.7대 3.7대 2.6으로 결정됐다.
이를 적용하면 청주·청원의 통합시 본청 근무 인원 비율은 대략 5.5대 4.5가 된다.
통합 추진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두 시·군의 의견이 팽팽할 경우 창원시의 사례대로 인력을 배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직렬간 5급 자리 차지 위한 신경전 '팽팽'
본청 근무 비율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통합 청주시의 조직·인력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직렬간 자리 차지 싸움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행정기구·정원 시행규칙안이 입법 예고되자마자 이견이 불거졌다.
이 가운데 불만이 가장 큰 직렬은 토목직이다. 현재의 토목직 5급 정원이 20명인데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게 되면 2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18명의 토목직 5급 자리 중에는 환경 직렬도 가능한 흥덕구청 환경위생과장과 건축직렬도 맡을 수 있는 4개 구청 건축과장이 포함돼 있다.
환경위생과장에는 환경직이, 건축과장에는 건축직이 맡는 게 당연스럽게 보인다는 점에서 사실상 토목직 5급 자리가 모두 7자리 줄게 됐다는 게 토목직 공무원들의 걱정이다.
두 시·군의 토목직 공무원들은 전체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께 정식 의견서를 시·군에 각각 접수할 계획이다.
청주시의 한 토목직 공무원은 "행정직 5급은 현재 79명에서 통합시 출범 때 최대 83자리까지 늘어나게 됐다"며 "조직개편, 인사권을 쥐고 있는 행정직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욕심내면서 불똥이 기술직으로 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술직 내에서는 다른 기술직에 비해 홀대받았다고 느끼는 공무원들의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청주시의 기계직인 한 공무원은 "기계직 5급 공무원의 비율은 3.49%로, 시설직군인 토목(7.31%), 건축(7.07%), 지적(6.67%)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기계직 5급 비율을 상향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수의직 공무원들은 5급 공무원이 단 1명도 배정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동물원인 청주랜드를 관리하는 사업소장직을 행정직에 국한하지 말고 수의직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직렬 공무원들도 4개 구(區)별 보건소장의 직급을 2명 4급, 2명 5급으로 하지 말고 모두 4급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 추진 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토목직의 경우 상위직급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5급 인원을 줄였고
이 관계자는 "향후 통합시장의 정책 방향이나 인사 기준에 따라 시행규칙이 개정될 수도 있는 만큼 통합시가 출범도 하기 전에 자리다툼을 하려는 분위기가 연출돼서는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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