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유물론적 시각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모든 일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사물과 현상은 서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뜻이죠.
요 며칠 북한의 무인기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지난달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지난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 그리고 어제 찾아낸 강원도 삼척의 무인기.
모두 북한의 무인기인지, 그렇다면 북한은 왜 무인기를 보냈는지, 그 무인기가 찍은 사진은 어떤 목적이었는지 등등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여러 추측 가운데 하나는 북한이 일부러 무인기를 떨어뜨려 우리에게 내부 혼란 또는 공포심을 주려 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4월4일)
- "여기에 설상가상이라고 난데없는 무인기 사건까지 발생하여 가뜩이나 땅바닥으로 떨어진 괴뢰들의 체면을 더욱 구겨 박아 놓았다.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청와대와 경복궁 일대를 포함한 서울 도심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얻어맞는 백령도 상공까지 누비고 유유히 비행했다며 수도권방공망이 통째로 뚫린 셈이다."
북한 소행인지는 좀 더 확인해야겠지만, 정말 북한이 이런 의도를 갖고 무인기를 보낸 게 맞다면 안타깝게도 그 의도는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방공망이 뚫린 것은 아닌지, 그 무인기에 폭탄이 생화학탄이 실려 어떤 도발이 일어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리고 대비책을 세우느라 부산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오늘 수석비서관회의)
- "특히 북한제 추정 무인기가 우리나라를 전방위로 정찰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방공망, 지상정찰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속히 대비책을 강구해 주요 시설 부근의 경계 강화와 안보태세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도 우리의 방공망이 뚫렸음을 인정한 겁니다.
야권도 이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안보무능정권이라 불러도 할말이 없게 됐다. 허술한 안보보다 더 엄중한 문제는 국방부의 거짓말로 군 당국은 소형항공기 2대가 우리 영공을 뚫고 침투해 추락했는데 일주일이나 이를 은폐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지난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해 김관진 국방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 인터뷰 : 새누리당 / 하태경 의원(4월4일 시사마이크)
- "김관진 장관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 장관의 제일 책임이 대통령 지키는 것이다. 국민 이끌어가는 것이지만, 국민 이끌어가는 대통령 지키는 것이잖아요. 거기다 제대로 방어도 못했고…방어에서도 엉망이고, 초동대응에서도 은폐 축소 의혹이 있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장관이 딱 틀어잡고, 바깥으로 성명 나가는 것도 다 검토하고 해야 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실수하는 것은 실전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 국방부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관진 국방장관에 대한 문책이 이뤄질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상황에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국방장관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은 북한이 원하는 바 일 겁니다.
안보는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입니다.
그 안보에 허점이 드러난 셈인데, 박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까요?
한국갤럽이 발표한 4월 첫째 주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 주보다 2%p 더 올라 올 들어 최고치인 61%를 기록했습니다.
60%대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들은 '외교 국제 관계'가 26%, '대북 안보정책'이 13%로 가장 높았습니다.
물론 이는 독일 방문과 드레스덴 선언의 효과일 겁니다.
무인기 사건이 본격화하기 전이라 무인기와 박 대통령의 지지율 관련성은 이후 여론조사에서나 확인될 겁니다.
그래도 북한이 해안포를 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 할수록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올라간다는 사실은 과거 사례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 주는 상승 작용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무인기와 뚫린 방공망, 군의 은폐의혹은 박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해안포 발사나 미사일 발사는 우리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일지만, 방공망이 뚫린 것은 명백히 우리 잘못이니까요.
이후 여론조사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박 대통령 지지율과 무관한 듯 보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얘기도 잠깐 할까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일에 자신의 비서진을 보내 축하 난을 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전 전 대통령의 생일은 1월 18일이며 당시 박 대통령은 당시 인도와 스위스 순방 중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추징금을 환수하면서 양측이 다소 불편한 줄 알았는데 난을 보냈다고 하니 조금 놀랍습니다.
법은 법이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예우다라고 명확히 한 것 같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에게 덕담을 건넸다고 합니다.
"국정 운영에 대한 이런저런 반대도 있겠지만, 지금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국정 운영을 소신껏 잘 추진해 나가는 것 같다." (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환수를 지시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 셈입니다.
국민은 이를 또 어찌 평가할까요?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어떤 영향을
크고 작은 세상 모든 일을 대통령 지지율과 연계시키는 것은 어리석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작은 일들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버린다면, 그 또한 훗날 후회를 부를 것입니다.
모든 일과 현상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서로 연계돼 있으니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