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을 둘러싼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의 대북 억지가 실패하고 남·북한간에 무력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이 앞으로 3년 내에 전술핵 무기를 실전 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핵억지 능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인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북억지에 실패한다면:한반도 무력충돌 다시 생각하기'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한반도 위기 고조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공격능력 강화, 내부체제 불안에 따른 군사도발 가능성, 미국의 국방비 축소, 한·미 양국의 도발 준비태세 약화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게 크로닌 연구원의 분석이다.
크로닌 연구원은 "내부가 불안정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적 능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내에서는 국방비 지출의 우선순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으로서는 전쟁에 대비한 공격·방어 능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대북 억지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로닌 연구원은 이어 "한·미 동맹은 북한보다 군사력이 뛰어나지만 무력충돌과 같은 전면적인 비상사태에는 잘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어 북한의 도발이나 내부 동요에 대비하는 계획은 수립해놓고 있지만 확전이나 전쟁 가능성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로닌 연구원은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한·미의 대북억지가 실패할 수 있다는 실질적 공포가 존재한다"며 "미국 관리들이 한국을 동북아 역내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라고 결론짓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시아지역 어느 곳보다 높다"며 "김정은 정권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북한의 정치·경제·군사적 불확정성이 앞으로 수년 내에 한반도를 대규모 군사충돌 위기에 밀어 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정권의 생존을 위해 더욱 폭력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남북 간 무력 충돌은 마치 부싯돌처럼 순식간에, 사전경고 없이 점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로닌 연구원은 특히 예상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대담한 김정은이 남한을 향해 군사도발을 개시하면 한국군은 공격원점뿐만 아니라 사령부를 향해 즉각적인 응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북한은 다른 무기로 남한의 다른 곳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 측이 다시 응징에 나설 경우 특수전 병력을 남한에 보내 사보타주 또는 테러를 일으키거나 서울 자체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양국의 공격이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군은 북한이 한발을 쏘면 세발을 쏘며 응징하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의 한 관리는 '눈에는 눈' 전략이 아니라 '눈에는 눈에 더해 너의 안경까지 부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60년간 전면전을 경험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통적 시각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잠재적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심각하면서도 부주의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군의 군사능력에 대해서는 "방어능력이 뛰어나지만 공격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지전("minute war")에 대응하는 명령과 통제 체제 등 투명하고 통합적인 전략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크로닌 연구원은 "한·미 양국이 북한과 관련한 작전계획을 세워놨지만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고 수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미군의 한반도 전개 능력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로닌 연구원은 또 "김정은이 올해 '암호'와 같은 신년사에서 핵탄두의 소형화를 마무리하라고 요청했는데, 이것은 전술핵무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이 같은 소형 핵무기 사용이 (한·미의) 핵 보복을 초래하지 않고 단순한 위협만으로도 남한에 대한 새로운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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