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는 어제 대표수락 인사말에서 낡은 정치의 종말을 고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자신의 실리를 위해 국민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낡은 정치세력과 비교를 거부합니다."
정치인 안철수가 첫 일성으로 내뱉은 말은 바로 '약속'이었습니다.
기초 무공천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기초무공천 약속을 지킨 자신과 이를 지키지 않은 새누리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한 듯합니다.
그래서 안철수라는 이름을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 상징화하려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여론은 이런 안철수의 새 정치에 대해 그다지 큰 호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금껏 나온 여론조사만 보면 안철수의 새 정치는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24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은 49.6%, 새정치민주연합은 34.8%를 기록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1.4%포인트 상승했지만, 새정치연합은 2.4%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11%포인트에서 14.8%포인트까지 더 벌어졌습니다.
안철수 대표 역시 이 지지율 하락에 내심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지지율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단기간의 지지율에 그러진 않지만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창당한 만큼 실제 국민이 기대하시는 부분들에서 결과와 성과를 내고, 직접 보여드리는 순서라고 생각한다."
안 대표의 말처럼 창당에 따른 컨벤션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도 지금의 이 지지율은 민주당도 안철수 대표도 생각지 못했던 낮은 수준입니다.
통합 직후 새누리당과 비슷했던 새정치지지율이 왜 갑자기 이렇게 떨어졌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을 겁니다.
새 정치를 기치로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합쳤지만,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정강 정책에서 빼기로 했다는 논란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떠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3월20일)
- "동지 여러분께 먼저 사과 말씀드린다.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마음 불편케 해드렸다. 그저께 정강정책 전문에 4.19와 5.18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 있었다. 분명히 말씀드린다. 사실이 아닙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당 의원(19일 MBN 시사마이크)
- "저는 ‘역사 인식의 부재’, ‘철학의 빈곤이 빚은 재앙’이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자기 머릿속이 정리가 돼 있고 뚜렷하다면 말이 흐리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대로 뚜렷하게 말하게 돼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 내부의 불협화음도 신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통합이 전격 발표되자, 윤여준 의장과 공동위원장단이 '안철수 1인 체제'에 반발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윤여준 의장이 농담이라도 '이 자가 언제까지 거짓말을 하는지 보겠다'고 하고,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정강 정책과 관련해 '더는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회의실을 뛰쳐나갔습니다.
결국, 윤여준 의장과 박호근 홍근명 공동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안 대표 곁을 떠났습니다.
"새 정치가 무엇이냐, 하하하"라는 말을 남긴 채 말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정치인으로 우뚝 설 길은 지방선거 승리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약속 정치'의 상징인 기초무공천은 안철수 대표의 목을 조르는 뇌관이 될지도 모릅니다.
야당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 등 모든 야권인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초선거가 암담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당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후보는 기호 1번을 달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야권은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 속에 누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야당이 압도적인 서울 구청장과 경기도 주요시장이 새누리당에 넘어가고, 기초의원 역시 흔들리면서 광역단체장까지 줄줄이 낙마할 때 안철수 대표가 입게 될 정치적 상처는 치유되기 어려울 정도일 겁니다.
이는 당내 권력싸움에서도 안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겁니다.
특히 박지원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에 이어 문재인 의원도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새누리당에 유리한 일방적인 선거결과가 우려된다"며 반대했던 터라 안 대표의 정치적 타격은 더 클 것입니다.
이는 곧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은 2017년 대권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안 의원은 24일 제주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주장했던 문재인 의원의 당시 선택을 비판했습니다.
"(회의록 공개가) 국민도 원하지 않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되는데 양당의 당론으로 어처구니없이 통과됐다"(안철수 의원)
게다가 이 자리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는 '정권을 잡으면 4.3 항쟁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권 잡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안 의원을 가르켰습니다.
문재인 의원으로서는 참으로 불쾌했을 법합니다.
통합 발표 당시부터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연대설, 친노 배제설과 같은 얘기들이 흘러나온 터라 이 대립각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 여기에 안 의원 세력까지 더해져 거대한 대립 전선이 형성되는 걸까요?
그래서 어떤 이는 지방선거 전후로 이 대립전선이 서로 충돌할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지방선거 패배는 안철수 대표로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져다줄 지 모릅니다.
반대로 지방선거 승리는 자신과 송호창 의원 밖에 없는 지지세를 확장시켜, 서른 명이 넘는 문재인 의원의 지지세와 한 번 겨뤄볼만 한 힘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지금 안철수 대표의 행보가 '낡은 정치의 종말'로 이어질지, 아니면 안철수식 새 정치의 종말로 귀결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분명한 건 안철수 대표의 앞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안 대표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