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훨씬 거친 비판과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클까요?
아니면 안철수 의원이 말한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의 의도적인 흔들기 측면이 클까요?
안철수 위원장은 어제 광주를 찾았습니다.
안철수 신당 바람을 일으킨 진원지였지만, 어제 광주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랐습니다.
이 화면을 한번 보시죠.
광주시당 창당대회에 앞서 5.18민주화 묘지를 참배했는데, 묘역 입구에서 광주 시민단체들이 안철수 위원원장에 항의하는 모습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6.15선언과 10.4선언의 민족 화해와 평화통일 정신을 계승하라'는 푯말도 눈에 들어옵니다.
<현장 녹취>광주 시민단체 관계자
-" 6.15와 10.4선언을 정강정책에서 삭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안 위원장이 이들에게 악수를 건넸지만, "악수하고 싶지 않다" "정신 차려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하라"는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안 위원장이 광주에서 항의 집회를 목격하리라고는 아마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안 위원장의 얼굴은 시종 어두웠습니다.
뒤이어 열린 창당대회 인사말에서 안 위원장은 끝내 사과해야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어제)
- "동지 여러분들께 먼저 사과 말씀드린다.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마음 불편케 해드렸다. 그저께 정강정책 전문에 4.19와 5.18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 있었다. 분명히 말씀드린다.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나 당명에서부터 '민주'라는 말을 빼자고 했던 터라, '실무진 착오다' '오해다'라고 해명하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진정성있게 들렸을지는 의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목숨처럼 여기는 '기초 무공천'도 안팎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나가려던 많은 기초선거 출마자들이 선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만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여러 무소속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전락해 유권자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겁니다.
지역 현장의 불만이 커지면서 중앙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시작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법이 있고 타당한 공천을 우리만 폐지하면 후보 난립 등의 혼란으로 패배하고 조직도 와해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서울시 현역 구청장이 전멸하고 서울시장까지 놓치면 안 의원 역시 정치적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초 공천 폐지는 안철수 의원의 소신이고, 이를 위해 민주당과 통합도 한 만큼 간단히 물러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안철수 의원은 오늘 아침 불가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
- "(기초 무공천은) 아, 그,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어려움을 나눠 짊어지고 가기로 이미 약속했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이 직면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비례대표 의원이 다음 선거에 지역구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구상 역시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습니다.
안철수 측 관계자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임기 중 지역구 찾기에 묻혀 의정 활동을 소홀히 하는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들의 지역구 진입 자체를 봉쇄해 안 위원장 세력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당명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6.15 10.4선언 논란, 기초 무공천제 논란, 비례대표 논란, 지도체제 논란까지 한꺼번에 악재가 안 위원장에게 쏟아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게다기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다시 새누리당의 절반으로 떨어져 '정말 안철수 효과'라는 게 있는 것인지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안철수식 새 정치에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요.
안 위원장은 이런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요?
곧 만나게 될 문재인 의원은 이런 안철수 의원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요?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19일)
- "(안철수 의원과 만날 계획 있나?)
안철수 의원과는 뭐 오며 가며 보기도 하고 연락도 하고 있고 어 또 보게 될 테고…"
(안철수 의원 소주 못한다고 하니 차라도 한잔하실 생각은)
예 아마 곧 만나게 될 겁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
-" (문재인 의원은 언제?)
서로 시간 맞춰보고 있는 중입니다."
현실정치에 벽을 느껴 통합이라는 차선을 선택한 안철수 위원장.
그러나 그 차선조차도 안 의원이 돌파하기에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문재인 의원, 그리고 그로 대표되는 친노세력과 차별화하는 것 역시 안철수 의원에게는 버거운 일일 겁니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가시밭길이 더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끝까지 그 길을 갈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입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