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양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관련, 의원입법 실태가 왜 도마위에 올랐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의원입법을 통해 규제가 양상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입법이 많아지는 추세에서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가 된다. 국회 차원에서 의원입법에 관한 규제 심의제도를 마련되도록 국회와 협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은 결국 남발되는 의원입법을 규제 양산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발언은 처음이 아닌 두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 입법 과정에서 이뤄지는 규제심사제도와 관련 "행정 입법 뿐 아니라 모든 입법에 적용해서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 입법으로 인해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후속 작업이 있을 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이 즉각 당내에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했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발의는 정부의 입법 발의보다 간소한데다, 국회의 고유권능인 입법 기능 때문에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의와 규제심의, 차관회의, 국무회의등의 다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발의는 동료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만 받으면 가능하다. 의원발의에는 사전 규제심사도 따르지 않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제출된 9천341건의 법률안 가운데 의원 발의는 94.1%(8천790건)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은 5.8%(551건)에 불과했다.
18대 국회에서도 총 1만3913건의 법률안 가운데 의원 발의는 87.8%(1만2천220건), 정부 발의는 12.1%(1천693건)의 분포를 보였다.
의원발의 법안이 가결된 것은 19대 국회에서는 10.0%, 18대 국회에서는 13.6%로나타났다. 정부제출 법안이 통과된 것은 19대 국회 33.57%, 18대 국회 40.7%로 집계됐다.
의원발의가 많은 데에는 의원 개개인이 자신의 의정활동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연히 실적경쟁의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법안 발의시 동료의원들 간에 '묻지마 품앗이 서명'이나 기존에 발의됐던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는 '재탕','삼탕' 부실법안이 제출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 거미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박 대통령이 이날 의원입법 시 '규제심의 제도' 마련을 언급한 것도 무분별한 입법에 제동장치를 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최근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확보 방안을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제도를 적극 추진하기로 한
일각에서는 그러나 의원입법 문제제기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적지 않다.
입법은 입법기관인 국회의 고유권한이고, 의원입법이 많은 것은 입법을 국회가 주도한다는 방증이라는 반론도 있다는 게 이유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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