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냥이를 길들인 조교사는 없다.", "미제승냥이는 오직 총대로 때려잡아야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일 지면의 상당 부분을 미국을 겨냥한 비난에 할애하면서 '승냥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썼다.
최근 미국 비난에 집중해온 북한이 사나운 짐승인 승냥이를 내세운 원색적인 표현으로 공격 수위를 높인 셈이다. 승냥이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낼 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노동신문이 2면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자위적 훈련"이라고 주장한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담화에 대한 각계 반응을 소개할 때 승냥이를 제목으로 한 글이 두 개나 등장했다.
국립교예단의 조교사인 마혜성은 '승냥이를 길들인 조교사는 없다'는 글에서 "승냥이 미제가 그렇게도 집요하게 우리의 핵보유와 로켓 발사를 한사코 막아나서며…" 등의 표현으로 미국을 승냥이에 빗댔다.
그는 이어 "포악하고 잔인하며 피에 주린 승냥이를 길들인 조교사는 없다"며 "승냥이는 몽둥이로, 미제승냥이는 오직 총대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썼다.
특히 최근 북한을 '사악한 곳'이라고 얘기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관련해 "케리의 상통(얼굴을 속되게 표현한 말)을 본 사람들은 누구라 없이 중앙동물원의 우리 안에서 맴돌아치는 재빛승냥이나 늑대 같다고 일치하게 말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군 군관 안병민은 '위력한 공격형 로켓으로 승냥이 소굴을 풍지박산내야 한다'는 글을 통해 "미국이 떠드는 그 무슨 '도발'과 '위협' 설은 죄 많은 자들의 자기변호"라며 "미친 승냥이에게는 그저 몽둥이찜질이 유일한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승냥이라는 단어에는 미국이 야수적이고 침략적 본성을 가진 제국주의 국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 조선말사전은 승냥이에 대해 '개과에 속하는 사나운 짐승의 한가지'라는 뜻과 함께 '포악하고 교활한 제국주의 침략자나 흉악하고 악독한 자를 비겨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역사를 살펴봐도 승냥이는 미국을 비난하는 데 많이 쓰였다. 북한의 대표적인 소설가 한설야는 1950년대 초 승냥이가 제목인 반미 소설을 창작했고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상영됐다.
북한은 미국을 가리키는 단어로 승냥이를 많이 쓰지만, 노동신문 등의 주요 매체가 이날처럼 글의 제목으로 승냥이를 내세운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최근 미국이 인권 문제 등에서 북한을 비난하고 한미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문제 삼아 북한이 내부적으로 반미 분위기에 얼마나 열을 올리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승냥이는 북한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때 남북교류에 기여한 적이
서울대공원과 북한의 평양 중앙동물원이 2005년 동물을 교환하는 행사를 했을 때 아프리카 포니, 족제비, 반달가슴곰 등과 함께 승냥이 1쌍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왔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땅을 밟은 북한산 승냥이는 2010년 번식에 성공하기도 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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