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의 섬 노예 사건의 여파가 무척이나 큽니다.
봉건 사회의 낡은 유물인 노예가 현대 사회, 그것도 국민소득 2만 4천 달러에 이르는 대한민국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믿기지 않습니다.
내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뭐라 단정할 수 없지만, 노예란 것이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의심은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먼저 MBN 사회부 주진희 기자가 지난 6일 취재한 기사를 먼저 보시죠.
<2월6일 MBN 주진희 기자 리포트>
초라한 행색의 남성이 한 창고로 들어갑니다.
따라 들어가본 창고엔 기계와 함께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40살 김 모 씨의 숙소입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지내며 월급 한푼 못 받고 인근 염전에서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피해자
- "사장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때리다시피 하고, 주먹이나 발로 차는 건 고사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 파이프로…."
노숙 생활을 하던 김 씨가 이처럼 노예생활을 하게 된 사연은 1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스탠딩 : 주진희 / 기자
-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입니다. 이곳에서 밥을 먹던 김 씨에게 일자리와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무허가 직업 소개 업자가 접근했습니다."
김 씨가 이 말에 속아 따라나섰다 전라남도의 한 외딴섬 염전에서 강제 노역을 당한 겁니다.
동료 채 모 씨는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치료도 못 받은 채 5년간 일해왔습니다.
이들은 세차례 탈출 실패 끝에 어렵게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이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구 내 자식. 살아왔으니까 다행이다."
경찰은 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고 무허가 직업소개소 직원과 염전 주인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주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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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충격적입니다.
부랑자나 노숙자, 또 지적 장애인 등에게 인력 브로커들이 접근해 취직시켜주겠다며 먼 전라도 섬의 외딴 곳에 데려갔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곳 염전에서 이들은 짐승처럼 일하며 인간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임금은 커녕 구타와 감금 생활이 계속됐고, 고립된 섬이다 보니 탈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는 겁니다.
혹여 탈출하려다 붙잡혀 더 혹독한 폭력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는 과연 극히 일부일까요? 아니면 만연된 실태일까요?
전남 목포 경찰서는 어제 신안군 섬 일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 증도의 한 염전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이 모씨를 발견했습니다.
정신지체 3급인 이 씨는 집 주소는 물론 가족과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앞서 소개한 김 씨처럼 지난해 12월 중순 직업소개소를 통해 이곳에 왔다고 합니다.
이 씨가 이곳에서 정상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살았을까요?
결코 섬 노예가 우연한 일이거나, 극소수의 일이라고 믿기 힘든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어제 MBN 시사마이크는 처음 섬 노예 사건을 제보한 공중 보건의 의사 친구 H씨를 인터뷰 했습니다.
H씨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H 씨(섬 노예 최초 제보자 친구)
- "공보의 친구가 듣기로는 과거에는 (섬에 노예로 갇힌)그 사람들이 탈출해 산 속에 살면서 빨치산처럼 생활했다고 한다. 대부분 (탈출을)포기하고 그 곳에서 10년 이상 살았다."
"그 친구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너무 많은 사람이 섬에 갇혀서 노예처럼 살고 있으며, 도망도 못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근무한 공보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섬에서 빠져나와 도망을 가 택시를 타면 다시 잡혀간다. 택시기사들이 다시 (빠져나왔던 섬으로)내려준다. 택시회사 3곳이 염전이랑 커넥션이 있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이 친구가 공보의로 근무하면서 지역에 큰 행사가 있을 경우 참석을 하는데 그런 모임에 나가서 제보를 하려고 했다. 특히 경찰 고위간부에게 그 이야기를 했지만 '외부에서 온 사람은 상관할 바 아니다. 근무하는 기간동안 조용히 계셔라'며 무시 당했다는 말을 했다"
H 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섬 노예는 이미 만연된 병폐일 수 있습니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건 이 염전 노예들이 있는 곳이 작은 섬이 아니고 공중 보건의까지 있을 정도로 꽤 큰 섬인데, 어떻게 이런 인권유린이 가능했느냐는 겁니다.
섬 사람들이 모두 모른 척 했다는 걸까요?
MBN 시사마이크는 다른 주장도 듣기 위해 염전 주인 박 모씨도 인터뷰 했습니다.
박 씨는 섬 노예는 부풀려진 것이고,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박 모씨 / 섬 염전 주인
- "극히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닙니다. "
"노숙인이나 부랑자, 정신 지체 장애인이 아니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게는 한달에 80에서 150만원까지 줍니다."
염전 주인인 박씨의 말을 들어보면, 섬 노예 사건은 상당히 부풀려진 것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섬 노예가 만연된 일은 아니겠지만, 혹여 단 한명이라도 그렇게 노예처럼 살고 있다면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일입니다.
오늘 시사마이크는 섬 노예 사건을 조금 더 다루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