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다음달 17일부터 22일까지 5박6일 동안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북한과 우리의 입장을 차례로 들어보죠.
▶ 인터뷰 : 조선중앙TV (1월24일)
-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해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도주의적 사업의 추진을 통해 민족 분열의 아픔을 다소나마 덜어주려는 우리의 입장은 시종일관하다."
▶ 인터뷰 : 김의도 / 통일부 대변인(오늘)
- "북한측이 지난 6일 우리측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호응한 데 대해 환영하고 북측이 우리측의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해 오기를 바란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원활하게 진행돼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북측의 저의가 무엇이든, 이산가족 상봉을 우리가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환경이 심상치 않은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몇가지 변수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2월 말에 예정돼 있는 키리졸브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입니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며 훈련 중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예정대로 한다는 방침입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한 날 북한 유엔대사는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 인터뷰 : 신선호 / UN 주재 북한 대사 (1월24일)
- "남측은 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합동 훈련을 취소하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다른 한쪽에서는 키 리졸브 훈련 중단을 요구한 겁니다.
아무래도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이를 간파한 우리는 김정일 생일인 2월16일 다음날인 17일부터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되기 전인 22일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고 제안한 걸지도 모릅니다.
북한이 이런 우리의 의도를 눈치챘는데도, 이 날짜를 수용할까요?
북한이 이 날짜를 수용해도 걱정거리 하나가 생깁니다.
만일 이산가족 상봉 장소가 금강산 북측 지역으로 결정된다면, 한미 훈련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이들의 신변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북한이 혹여라도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남측 이산가족들을 볼모로 잡을지도 모를 입니다.
▶ 인터뷰 : 김정아 / 탈북자
-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지만, 혹시 이산가족을 인질로 생각하지 않을까. 만약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해도 양측의 군사훈련이 다 끝난 후에, 그래서 따뜻한 날에 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아 3~4월에 하는게 더 낫겠다 생각해 안심이 됐는데, 지금은 더 불안한 거죠."
설마 북한이 이렇게까지야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 가능성이 0.001%라도 우리는 대비해야만 합니다.
또 다른 변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입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장소로 우리는 금강산 호텔과 외금강 호텔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이 고령인 점과 겨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난방이 되는 이곳이 적정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곳은 바로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계기가 됐던 바로 그곳입니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측은 두 사안을 별개도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뻔 했지만,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함으로써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의 또 다른 변수는 북한의 돌발 행동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통일 발언과 핵관련 발언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심입니다.
박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북한의 인권을 언급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22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 첫째 인도적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이 배고픔과 인권 유린 등으로 굉장히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통일은 그런 북한 주민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우리 대통령이 외국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을 언급한 것은 극히 전례가 없습니다.
북한이 아직까지 이 말에 대해 트집을 잡고 나오지는 않지만, 언제 어떻게 격한 반응을 내놓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일흔이 넘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야겠다는데, 무슨 장벽이 이리도 많은지요?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문제이지, 남북간 주도권 싸움의 대상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무쪼록 3년 4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이 평화와 공존의 길로 확고히 들어섰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