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금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하루 만에 협박에서 화해로 태도를 바꾼 북한의 오락가락 행보, 속내를 짚어봅니다. 오는 7월 재보선에서 여야의 거물 정치인 2명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어제 포스코의 새 회장으로 뽑힌 권오준 내정자의 고교 인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정치인 낙하산이 최근 3배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 오락가락 북한 속내
- 바로 어제까지 욕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싸우지 말자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기분이 마냥 좋기보다는 의심부터 드는 게 당연할 겁니다. 지금 남북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엊그제(15일) 북한은 아직 한 달도 넘게 남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훈련을 계속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참화와 재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어제(16일) 저녁 돌연 화해를 청했습니다. 국방위원회 명의로 오는 음력 설명절을 계기로 오는 30일부터 상호 비방을 중단하자고 제의한 겁니다. 여기다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 조치를 취하자고도 제안해 '비핵화 문제'까지 협의할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하루 만에 냉·온탕을 오간 우리 정부는 머리가 복잡합니다. 현재로서는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 같지가 않으니까 '우리는 화해하려고 했는데, 한미가 안 받아줘서 도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성명의 주체가 북한 국방위원회였다는 점에서 이런 '성동격서', 즉,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부가 오늘 입장을 발표할 계획인데 내용이 주목됩니다.
2. 김문수와 손학규
- 어제 대법원 판결로 지역구 국회의원 배지 2개가 7월에 새 주인을 찾게 됐습니다. 여기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을 포함하면 7월 재보선 규모가 두자릿수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대 10여 명의 새 얼굴이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단연 주목을 받는 사람은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지사와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입니다. 두 사람 모두 여야의 대권 주자인 만큼 존재감을 높여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서청원·김무성 의원도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보궐선거를 통한 원내 입성이었습니다.
김 지사는 경기 지역의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지방선거 120일 전인 3월 말 전에 지사직을 던져야 합니다. 경기 이외 지역이면 관계가 없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2번이나 지사를 지낸 경기 지역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손 고문은 지역과 관계없이 출마가 가능하지만, 역시 과거 경기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경기 지역을 택할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만약 김 지사와 손 고문이 7월 재보선에서 같은 지역에 출마한다면 그야말로 초특급 빅매치가 될 전망입니다. 빅매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두 사람이 원내로 입성하면 새누리와 민주당의 당내 역학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입니다.
3. 서울사대부고
- 어제(16일) 드디어 포스코의 새 수장이 결정됐습니다. 영예의 주인공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혔던 권오준 전 기술총괄사장입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정준양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2달 동안 수장 공백 사태를 빚었습니다. 그 사이 친박계 유력 정치인이 유력 후보라는 설 등 새 회장에 대한 수많은 하마평이 있었지만, 권오준 내정자를 거론하는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이번 인사가 의외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포스코 측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철강 기술력'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만큼 국내 최고 철강 전문가인 권 내정자가 선택됐다는 평가입니다.
권 내정자의 회장 등극으로 새삼 모교인 서울사대부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권 내정자의 고교 인맥으로는 재계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희범 LG상사 부회장 등이 있고, 정계에서는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전직 회장인 정준양 회장은 권 내정자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인데 둘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 정치인 낙하산 3배↑
- "파티는 끝났지만, 낙하산은 계속된다."
최근 공기업 인사를 두고 나오는 말입니다. 파티가 끝났다는 말은 지난해 11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공공기업 사장단 조찬간담회에서 던진 말이 시발점입니다. 당시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이 과도한 부채와 과잉 복지, 방만 경영으로 불신과 비난을 받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이제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동안 지적돼 온 공공기관의 모든 문제에 대해 정부가 칼을 빼 들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방만 경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노력도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예외가 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치인 낙하산 인사'입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현 부총리의 발언 이후 두 달 사이 새로 임명된 40명의 핵심 임원 가운데 절반이 조금 안 되는 15명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었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현 부총리 발언이 있기 전까지 임명된 정치인 숫자 5명에서 3배로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이 기간 내부 승진은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현 부총리의 말을 다시 한번 잘 들어봐야겠습니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정치인은 제외하고"라고 말을 한 건 아닌지 말입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