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표가 다시 민주당을 혁신하겠다고 칼을 뽑아 들었다. 새해 기자회견에서 제 2의 창당각오, 혁신,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당, 지방선거 승리 등의 용어로 그의 새해 비젼과 각오를 밝혔다. 과연 2014년 김한길의 혁신의 칼이 제대로 통할 지, 아니면 녹슨 칼로 남게 들지, 이번 지방선거가 그에게는 정치적 운명의 분수령이다. 김한길 대표는 2007년도에도 정치적 칼을 빼들었었다. 김대표는 당시 노무현 프레임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서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한다. 이후 이 당은 민주당의 박상천 세력과 함께 중도통합 민주당으로 합쳐지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으로 결합하게 된다. 그러나 김한길은 대선 패배 이후 제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명분은 "대선패배의 책임을 누군가가 져야한다는 것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결행한 탈당과 통합 등 일련의 정치적 실험은 성공으로 끝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김한길' 하면 일단 매우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것은 그가 정치에 뛰어들기 전 방송활동을 통해 얻어진 인상과 겹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MBC에서 '김한길과 사람들', '김한길 초대석'등으로 방송활동을 할 때 김한길의 부드러운 진행기법은 여성 시청자와 청취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김한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의 부친인 통일사회당 당수 김철 씨다. 김한길은 "아버지는 내게 영원한 타인(他人)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해방 후 혁신주의자로 활동했던 김철 씨는 정치활동에만 전념했지 가정생활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던 모양이다. 또한 김한길 대표 역시 아들을 한번도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던 부친에 대해 매우 섭섭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김철 씨가 고인이 된 후 김한길은 1976년 '신동아'에 투고한 글에서 "부친이 그 역사의 격동기에서 신념을 한번도 꺽지 않고 정치활동에 매진했던 모습, 그리고 한순간도 자신을 풀어주지 않고 치열하게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에 뒤늦게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부친의 사상보다 그의 정치역정이 젊은 김한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 민주당 대표로 뽑혔을 때 정치인 김한길 앞에 놓여 있는 과제는 매우 산적해 있었다. 2012년에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 친노와 비노, 반노로 분열되어 있던 당내 상황, 대안없이 발목잡기에만 열중한다는 민주당에 쏟아졌던 비난 등 뭔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였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호재로 삼아 공격했던 노무현 프레임은 김한길 당 대표 시절에도 주효했다. NLL정국으로 정치는 실종됐고 정쟁 속에서 국회는 파행을 거듭했다. 시청 앞에서 천막당사 농성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회담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났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든다는 소식에 민주당의 지지율은 떨어져 가고 있고 호남 사람들마저도 민주당에 기대를 접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2014년 새해 김한길 대표는 "혁신하고 뭉쳐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 그의 말대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일단 좀 뭉쳐야 되는데 뭉치는 일이 쉽지 않다. 안철수 변수보다 당내 상황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 새해 기자회견에서 김대표가 "분파주의를 극복하겠다"고 한 말을 두고 벌써부터 당 내에서는 말이 많다. 친노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 이제 친노와 비노도 없는데 왜 대표는 분파주의를 언급했냐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가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친노 색깔을 어떻게 민주당에서 빼느냐가 큰 관건일 것이다. 왜냐하면 2012년 총선, 2012년 대선, 그리고 작년의 NLL정국에서 가장 민주당을 괴롭힌 것은 친노 컬러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NLL정국에서는 당대표가 문재인인지 김한길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만약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내지 못한다면, 선거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안철수가 새정치를 들고 나오기 때문에, 과거의 지역주의 정당 민주당, 친노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민주당으로 계속 고착화 된다면 민주당이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 뻔하다. 이 문제는 사실 민주당의 격렬한 권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권 등 친노세력과 김한길 대표 세력간의 한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결국 분파주의 극복이라는 그의 과제는 결국 당내 권력투쟁에서 승리하느냐, 또 밀리느냐로 귀결 될 것이다.
다음으로 김대표에게 놓여 있는 과제는 민주당이 대안 정당, 정치혁신 정당, 한국사회의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재출발하느냐일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사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조성한 정국에 끌려다녔고 여당이 만들어 놓은 정쟁 덫에 걸려들었던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력이 그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서민층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월급쟁이, 자영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민주당이 대변하지 못하고 말만 앞세우니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북한의 도발 위협 및 남북관계 개선, 김정은 체제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제 1야당으로서의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오직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만 국민들에게 들려올 뿐이었다.
사실 한국의 정당사에서 민주당이 처한 스펙트럼은 보수정당이었다. 해방 후 자유당과 한민당으로 출발한 한국정당사에서 혁신정당과 진보정당의 위상은 좁을 수 밖에 없었다. 남북대치, 6.25 전쟁은 한국에서 오직 보수 혹은 중도우파의 정당만 허용할 뿐이었다. 더욱이 냉전반공주의 논리 앞에서 진보당이 발붙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한길 대표의 부친인 김철씨가 이끌었던 통일 사회당 역시 같은 운명이었다. 그러나 정권을 오랫동안 잡지 못했던 민주당은 야당으로서의 입지, 즉 정권에서 소외되고, 주류가 아닌 대다수 비주류의 입장, 이해관계를 대변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주류의 이해관계를 확실히 대변하는데 충실치 못했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사회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막연한 중도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입지는 애매모호 했다. 이념적으로는 중도층이 늘어가고 있지만, 사회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볼때 중간층, 혹은 중산층은 더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은 그동안 확실하게 어떠한 계층과 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사안에 따라 개혁적 정당으로 또 보수적 정당칼러로 혹은 중도적 정당으로 위치매김함에 따라 국민들이 바라보기기에는 이도 저도 아닌 정당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포괄적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새누리당 역시 선거 때에는 포괄적 정당의 이미지를 앞세웠기 때문에 정책이나 공약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다 .
인기 방송인이었던 김한길이 1996년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새정치 국민회의의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커다란 시련없이 그는 승승장구했다. 3선의원이면서 이제는 야당 대표로 지방선거에 민주당의 운명을 안고 있는 김한길이 되었다. 그가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취해왔던 좀 막연한 정치적 스탠스와 중도통합적 정치철학으론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하기가 힘들고 한국의 대표 정당으로 거듭나기 힘들다는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 부친인 김철 씨와 달리 김한길 대표는 이념적으로는 중도적 성향의 정치인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치적 행동 양태 또한 중립성을 지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기만의 것이 뚜렷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야당 대표로서의 확실한 자기 색깔, 리더로서의 추진력 등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는데 이러한 지적은 완강한 원칙과 힘의 정치를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약한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김한길 대표가 갖고 있는 강점도 상당히 많다. 합리적인 판단력과 화합적 리더십을 추진하려는 모습은 정쟁만 일삼는 현 정치풍토에서 긍정적 요소 중의 하나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민주당 입장에서 볼때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제 1야당으로서의 반사적 기득권을 누려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호남에서는 무소불위의 여당의 지위도 누려왔다. 그러나 이제 줄곧 누려왔던 기득권이 생명을 다하고 있다. 아직 뚜렸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김한길과 민주당, 다행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 정치세력이 자기 역할을 못한다면 모를까, 김한길대표로서는 매우 어려운 2014년이 될 것 같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의 마찰을 더욱 가속화 해서 대치전선이 넓어지는 행운이 온다면, 혹시 안철수 신당이 줄곧 새정치만 외쳐되어 국민들을 더 답답하게만 하면 모를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김한길의 민주당은 어정쩡한 정치적 위상을 고집하는 정당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반사이익만 쳐다보는 정당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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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대외교류 연구원 책임연구원 (현) / TBS TV "
[유용화 시사평론가 /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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