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경제입니다.
박 대통령은 경제라는 단어를 무려 51번 언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북한 김정은 역시 신년사에서 경제와 인민생활을 가장 많이 언급했는데, 아마도 올해는 남북의 지도자들이 경제 문제에 관심이 가장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말을 잠깐 들어보죠.
▶ 박근혜 대통령(신년 기자회견, 어제)
-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
앞으로 3년 동안 연 4% 성장을 이뤄,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이루겠다는 박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이 성공할 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처럼 공약에 그칠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러나, 그 달성 여부를 떠나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인 올해부터는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또 하나 박 대통령은 통일과 안보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25회, '통일'은 22차례 언급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어제 신년 기자회견)
-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와 통일, 아마로 올해 박 대통령의 머릿속은 이 두 단어로 가득할 지 모르겠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경제와 안보를 강조한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니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를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올 6월 지방선거때문입니다.
6월 지방선거가 중간평가 성격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 선거의 화두는 역시 경제와 안보가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권의 논평에서도 그 의미는 충분히 느껴집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오늘)
- "올해는 뭐니 해도 경제와 안보 두가지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제시했다. 국민의 바람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짚어낸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오늘)
- "대통령 불통만을 확인한 회견이었다. 특히 소통을 원칙없는 타협이나 부당한 결탁 정도로 생각한 인식에 실망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낀다"
여당은 경제가 살아나고, 민생이 안정돼야 6월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습니다.
야당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극대화되고, 경제와 민생에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해져야만 선거구도가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와 안보를 선거구도로만 접근해서는 절대 안될 일이지만 말입니다.
지금부터 6개월동안 경제와 안보가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6월 지방선거 분위기는 이미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차출설로 홍역을 겪기도 했습니다.
홍문종 사무총장이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입니다.
▶ 인터뷰 : 홍문종 / 새누리당 사무총장(5일)
- "당의 훌륭한 후보들, 당이 꼭 필요한 후보들께서는 개인적 야망이나 개인적 정치적 플랜을 뒤로 하시고 당에서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당의 요구에 임할 수 있다는 자세로 이번 선거 임해줬으면 좋겠다."
홍 사무총장이 언급한 훌륭한 후보들이란 바로 정몽준 최고위원과 남경필 의원을 말합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서울 시장 선거 출마를 고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경필 의원 역시 김문수 경기지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출마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본인들 동의도 받지 않고 당 사무총장이 나오라고 하니 기분이 좋을까요?
더구나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에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는 다른 의원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니나 다를까, 정몽준 최고위원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 대표와 중진 의원까지 지낸 사람에게 '몸값 불리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정몽준 의원 측)
놀란 홍 사무총장은 어제 황급히 기자실을 찾아 적극 해명했다고 합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서로 민감한 모양입니다.
야권에서도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옵니다.
초미의 관심사는 안철수 신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당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에 따라 지지와 반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미)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다. 어떠한 경우도 당을 버릴 수 없지 않나"(지난 3일 인터뷰)
지난 선거에서 안철수 의원 덕을 본 박 시장이 민주당을 떠날 수 없다니,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윤여준 전 장관을 영입하면서 했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지난 5일)
- "제가 정치에 대해서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때 정치는 세상을 바꿀수있다고 말했다. 그 당시는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진 않았을 때이다. 지금은 경륜과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륜과 지혜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내면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은 이제 아름다운 동반자에서 치열한 경쟁자로 바뀔 수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에 위협당하는 호남 사수를 위해 박지원 의원을 전남지사로 내보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박 의원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했지만, 안철수 바람을 막기 위해 기꺼이 출마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신당에서는 아마도 김효석 전 의원을 내보낼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 같습니다.
경남 지사 역시 흥미롭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안상수 전 대표가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원내대표를 맡았고, 2010년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불편한 관계가 됐습니다.
안 전 대표가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 두 사람은 경선을 치러야 합니다.
여기에 김경수 전 참여정부 비서관이 영화 '변호인'의 열풍을 타고 경남지사에 도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올 6월 지방선거는 흥미로운 대목이 많네요.
경제와 안보가 표심을 가를 것이고, 여기에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라는 성격이 더해질 것이라고, 각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최종 득표로 이어질 겁니다.
벌써부터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