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개인정보는 더 이상 털릴 것도 없는 셈이다.
사실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 보안 문제라고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해커들의 공격 목적이 정부 기밀문서와 국가 기간망 붕괴, 군사시설 무력화 등 안보·국방 문제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임종인(57) 교수는 "앞으로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지휘 통신망, 레이더망 등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작전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특히 북한 등 재래식 무기에 있어 열세인 국가들이 비대칭 전력으로서 사이버 공격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03년부터 사이버 테러가 이어지고 있고 북한 등으로 추정되는 가상의 적국이 있는 데도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너무 미온적"이라며 "북한에 사이버 전쟁을 수행할 특수 요원이 3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우리는 민·관·군을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인도 국가안보협의회사무국(NSCS)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사이버전부대를 비롯해 정부 기관 등에 12만5000명의 사이버 요원을 보유해 세계 최다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9만1080명의 사이버보안 인력을 군과 정부 기관에 배치했다. 북한도 약 3000명의 사이버전담부대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사이버전 수행 인력은 3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한국은 사이버전 수행 인력이 400여명 수준이다. IT강국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초라한 수치다.
임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전쟁을 대비해 육·해·공군에 이어 사이버부대를 제 4군으로 인정하면서 인력을 늘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사이버 공격무기도 없고 인력도 많지 않다"며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해킹과 달리 국가가 개입된 사이버테러는 전쟁으로 봐야 한다. 한국군도 공세적인 전력을 비축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사이버전은 변수가 많고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사이버전은 여러 명의 뛰어난 해커보다 훈련된 고급 인재들의 두뇌에서 승패가 결정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가 2년 전 세계 최초로 고려대에 사이버국방학과를 설립해 장교급 인력 양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사이버국방 지휘자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업에선 컴퓨터 프로그래밍(해킹 등 사이버 공격과 방어)은 물론이고 수학, 전산학, 정보보호정책이나 국제협력을 기본으로 인문사회와 수사법과 정책 등도 함께 공부한다.
사이버국방학과는 2012년부터 신입생을 받고 있다. 최근엔 입시기관 배치표에 고려대 이공계 중 의예과를 제외한 최상위 학과로 이름을 올렸고 수시 전형으로 지원한 20명 중 9명이 영재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심지어 의예과나 카이스트(KAIST)에 다니던 이른바 '잘나가던' 학생들까지 학과 지원에 몰려들었다.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전액을 면제 받고 기숙사가 무료로 제공되며 생활비도 지원받는다. 사관학교와 마찬가지로 졸업자는 전원 장교(소위)로 임관되며 7년간 의무 복무 기간을 거친 뒤 국정원이나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취업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문제와 대학교육 과정에 '사이버심리전'을 개설한다는 내용이 연관돼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임 교수는 "교육 과정 내에 사이버심리전 아래 단계인 사이버심리학이란 수업이 있지만 이 마저도 아직 개설된 상태가 아니다"라며 "대학 측 의도와 달리 교과 계획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 측의 변화도 주문했다. 그는 "사이버국방 분야는 발 빠르게 결정하고 관련 부처 간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조절하고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청와대 내부에 사이버안보수석이나 비서관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He is…
▲1980년 고려대 수학과 졸업 ▲고려대 대수학(암호학) 석·박사 ▲2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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