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싸우고·거부하고·버벅대고…국감 '천태만상'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인 국회로서는 연중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입니다.

잘 알지 못했던 정부 실책이 드러나고, 질문하는 국회의원의 수준과 답변하는 정책 당국자의 수준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고, 국감을 보는 맛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번 국감은 'MB 국감' '대선 국감'이라 불릴 만합니다.

박근혜 정부 첫 국감이다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MB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는 게 눈에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4대강 사업입니다.

▶ 인터뷰 : 이춘석 / 민주당 의원
- "(저는) 4대강 감사 결과는 모두 다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렇게 결론 냅니다. 그 부분 동의하십니까?"

▶ 인터뷰 : 김영호 / 감사원 사무총장
- "일정 부분 책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대강 사업의 책임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있고, 사법처리도 검토했다는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자, 새누리당 친이계인 권성동 의원과 이주영 의원은 김 사무총장에게 '어떻게 망언을 하느냐' '정신이 있는 것이냐'고 했습니다.

▶ 인터뷰 : 권성동 / 새누리당 의원
- "그런데, 어떻게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망언을 하는 겁니까?

▶ 인터뷰 : 김영호 / 감사원 사무총장
- "거기서 말한 책임은 법률적 책임이 아니고 이게 점점 수심이 깊어지고 커진 것에 대해 하나의 원인, 여러 원인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 드린 겁니다."

친이계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영호 사무총장을 친박계 공직자로 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민주당, 그리고 친박계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굳이 보호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통일 항아리'사업과 김윤옥 여사의 한식세계화 사업, 해외자원개발 등 MB 정부의 실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친이계는 방어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번 국감은 또 지난 대선의 연장이라 할 만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댓글 의혹과 회의록 실종 공방이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군 사이버 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이 대선 댓글을 단 흔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김광진 / 민주당 의원(어제)
- "북한 사람들이 지금 오유(오늘의 유머)나 일베(일베저장소)나 이런 데 글을 쓰고 있다고 국방부는 판단하고 계신 겁니까?"

▶ 인터뷰 : 송영근 / 새누리당 의원
-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다시 말하면 댓글 (활동을 통해) 정치에 개입했다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을 인정할 수 없고)…."

▶ 인터뷰 : 김민석 / 국방부 대변인
- "국민이 오해도 할 수 있고 해서…댓글 등등의 거론된 아이디 이런 것들에 대한 사실확인을…."

국정원에 이어 군까지 댓글 의혹에 휘말리는 걸까요?

여야가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모습은 익숙한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도 국감장에서 나왔습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댓글 청문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증인선서를 거부한 겁니다.

▶ 인터뷰 : 김용판 /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 인터뷰 : 이상규 / 통합진보당 의원
- "그럼 여기 왜 나왔느냐고, 전체 국민을 상대로 우롱하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 인터뷰 : 황영철 / 새누리당 의원
- "선서를 하지 않는 증언을 국민이 믿겠나, 누가 신뢰성 있게 증언을 인정하겠나."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
- "국감에서도 선서하고 이렇게 말했다, 내 말에 거짓이 없다, 재판부에 말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용판 /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 "거부 이유 말하겠습니다. (말하지 마라!)"

김용판 증인의 주장처럼, 국감 증인 선서가 정말 진행중인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까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버벅대는 장관을 보는 것은 씁쓸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인사 청문회때도 답변을 제대로 못해 구설수에 올랐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국감에서도 그 특유의 버벅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윤진숙 / 해양수산부 장관
- "(해수부나 지자체에 신청이 안 됩니다. 알고 계십니까?) …. (수산물 이력제에 참여하려 해도 해수부에 신청이 안 돼요.) 수협에다가…. (네? 수협에 하다니요.) 이력제 수협 아닌가?"

▶ 인터뷰 : 윤진숙 / 해양수산부 장관
- "(수산물 이력제 예산이 얼마죠?) 예산은…. 제가 지금…. (15억) 15억이랍니다. 15억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로 수산물 불안이 최대 이슈인데도, 장관이 기본적인 사항 조차 알지 못해 실무 국장들에게 연신 물어봐야 하는 모습.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국감이 지겹다는 분들도 있지만,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국감은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두눈 똑바로 뜨고, 내가 낸 세금이 헛되게 쓰이지 않았는지, 또 내가 뽑은 국회의원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는지, 또 정부와 관료는 믿을 만 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선거때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국감장에 눈과 귀를 열어두려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