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뭔가 굴욕적인 내용을 감추기 위해 초본을 삭제하고 조작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10월7일)
- "지금 검찰 수사결과 대화록이 폐기됐고, 수정본이 봉화마을에서 발견됐다는 것이 검찰조사 결과이다. 누군가 의도 갖고 은폐했다면 역사를 조작한 것이다"
왜 삭제했는지, 또 초본과 완성본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려면 음성파일을 열람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음성 파일 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회의록 전문 공개도 외교상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정치적 목적으로 음성 파일까지 공개한다면 3류 국가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신경민 / 민주당 최고위원(10월7일)
- "전대미문의 전문공개 사태 벌어졌다. 이런 사실, 김장수-윤병세 증언으로 한마디로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을 그렇게 올해 동안 해를 바꿔가며 작전 폈다. 대화록 실종, 삭제 등 판을 바꿔가며 NLL작전 펴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고, 2007년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던 김장수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국회에서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장수 /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장관)
-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에게 '회담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달라. 중간에 훈령을 넣는다든지 그런 것은 없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했고, 노 전 대통령은 웃으면서 '소신껏 하고 와라'라고 해서 제가 회담에 임하면서 소신껏 NLL을 지킬 수 있었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해서 NLL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하니 이제 논란은 끝난 걸까요?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미심쩍은 시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삭제를 지시하는 회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어 의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소환에 응했던 조명균 전 비서관은 초본과 완성본의 차이가 김정일 위원장님이라는 말에서 '님' 자를 뺐고, '저는'을 '나는'으로 바꾼 정도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노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이라고 했으니 이쪽도 김정일 위원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당연하고, 우리 문화상 '저는'이라 낮춰 말하는 게 당연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검찰과 새누리당은 이것이 꽤 의미 있는 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본과 완성본의 차이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터라, 문재인 의원 쪽에서도 음성파일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경수 / 전 연설기획비서관(조선일보 인터뷰)
- "음원 파일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건 남북관계, 외교관계를 감안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된다면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열람단이나 검찰이 음원파일을 검토해 초안과 수정본과 차이를 확인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음성파일을 공개하면 어떻게 될까요?
외교적 결례니, 정치적 목적이니 하는 수사는 관두고라도,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합니다.
음성파일에는 분명히 노무현 전 대통령뿐 아니라 김정일 전 위원장의 육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김 위원장의 육성을 공개하면 북한이 다시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반발할까요?
어제 MBN에 출연했던 북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죠.
▶ 인터뷰 : 김근식 /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어제 MBN 시사마이크)
- "만약에 회의록 음원파일까지 공개된다면, 특히나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과거 집권기간동안 자기 육성을 공개하지 않았던 지도자입니다. 특이한 리더십인데, 그런 목소리가 생생하게 공개된다면 북측은 그 자체로 크게 저항할 것이고..."
북한은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 격한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미·일 해상훈련에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것과 관련해 모든 군부대에 작전 동원태세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
- "10월 5일 조선인민군 각 군종, 군단급 부대들에서는 최고사령부로부터 이미 비준된 작전계획들을 다시 점검하고 미일침략자들과 괴뢰들의 일거일동을 각성 있게 주시하면서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작전에 진입할 수 있는 동원태세를 유지할 데 대한 긴급지시를 접수하였다."
마치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했던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또 지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는 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의 핵실험과 핵보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해 북한을 자극했습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
-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 발전에 주력하도록, (중국이) 많이 설득하고 힘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 :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 (어제)
- "지금 한반도 정세가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관련국들이 함께 노력해서 이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을 개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국은 남북한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협력을 실현해서 궁극적으로 자주적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합니다."
바다에서는 한미일 해상 훈련이 시작되고, 외교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핵 포기를 압박하고 있으니 북한으로서는 죽을 맛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음성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북한의 눈치를 봐가며 정치권이 음성파일 공개 여부를 저울질할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정치권이 좋은 해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