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갤럽이 지난 27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였습니다.
추석 전 67%에서 7%포인트가 하락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추석 전 야당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 역시 역풍을 맞은 걸까요?
▶ 박근혜 대통령
-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 책임 또한 야당이 져야 할 것이다."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추석 전 지지율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워낙 높았으니, 이 정도 지지율 하락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여전히 60%을 넘어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왜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근심어린 얘기들이 나오는 걸까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가 박 대통령 리더십과 무관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처리를 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사표 수리를 연기했던 박 대통령이 갑자기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법무부 진상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았습니다.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진영 장관 사표 처리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두 번이나 만류하는데도 진 장관은 사의를 접지 않았고, 결국 외부에는 '항명'으로 비쳐지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지낸 최측근의 항명으로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9월30일)
-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당당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이 진 장관에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여론의 역풍은 대통령에게도 미쳤을 법합니다.
'항명'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 사표를 빨리 수리했으면 어땠을까요?
진영 장관의 사퇴는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후퇴가 아니라고 대통령이 강변했지만, 사람들은 후퇴로 받아들였습니다.
앞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50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이 기초연금 정부안이 공개되기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습니다.
30대의 부정 평가는 50%, 40대는 31%, 50대는 22%로 기초 연금 공개전보다 모두 많아졌습니다.
30~50대는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설명에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수록 기초연금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지난 세법개정안도 그렇고 이번 기초연금안도 그렇고 사전에 충분히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어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를 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언론이 나를 과대 포장해서 부담스럽다. 나는 대통령 뜻을 밖에 전하고 바깥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전할 뿐이다. 옛날 말로 승지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2기 비서진이 출범하면서 내각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이 억울하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김 비서실장의 말은 달리 말하면, 채 총장과 진영 장관, 기초연금안 처리 모두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 처리했다는 뜻으로 읽히지 않을까요?
대통령의 뜻대로 이뤄진 일들인데, 결과가 매끄럽지 못했다면, 결국 그 책임도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뜻이 되는 걸까요?
이번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공약 실천 미흡' 25%, '국민 소통 미흡' 13%로 꼽았습니다.
청와대 참모들의 잘못이 아니라, 대통령 잘못으로 이런 평가가 나왔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뚜렷한 징후는 없습니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 야당과의 관계를 봤을 때 내년 예산안 처리부터 각종 경제 관련 법안 처리도 쉽지 않습니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 쳐도,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결국 박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빨간등'까지는 아니더라도 '황색등'이 켜진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