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지도자가 서로 닮았을까요?
철의 여인으로 불린 대처 전 총리는 비타협 보수 강경노선을 걸으며 영국 최초 여성 총리로 3선에 성공했습니다.
각종 복지 정책을 포기했고, 노조 활동을 규제했고, 국영기업을 과감하게 민영화했습니다.
덕분에 영국은 이른바 영국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실업은 더 심각해졌고, 이혼과 가족 해체도 급격히 늘어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역시 이번에 3선에 성공한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엄마라 불리는 무티 리더십을 통해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원전 폐기와 어머니 연금제 같은 좌파의 정책을 과감히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안정적 국정 운영에 초점을 맞춘 관리형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 국면 돌파에서 볼 수 있듯 두둑한 뚝심도 있습니다.
자, 박근혜 대통령은 두 리더십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고, 3자 회담에서 야당 요구에 비타협적 태도를 보인 것, 그리고 전교조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한 걸 보면 대처 전 총리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나 외부 비판에도 확고한 대북 노선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안팎의 비난에도 긴축 정책을 밀어붙인 메르켈 총리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기초연금이나 4대 중증질환, 무상 보육 등 복지 정책을 대거 도입한 것도 메르켈 총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복지정책이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당장 만 65세 노인 모두에게 20만 원을 주겠다는 노령 연금 공약이 물거품이 될 것 같습니다.
4대 중증 질환도 후퇴가 불가피하고, 무상 보육 문제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다투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3월18일)
- "4대 중증질환 보장이 후퇴한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고, 기초연금 도입안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도 있었다. 정책 하나로 예상하지 못한 혼선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국민으로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 있는 만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결정의 모든 과정을 국민께 충분히, 그리고 소상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정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은 공약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공약을 지키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이제 달라졌습니다.
올 들어 세수가 10조 원 줄어드는 상황에서 150조 원이 드는 박근혜식 복지를 추진할 여력이 없어진 겁니다.
복지 공약의 포기일까요? 아니면 불가피한 선택일까요?
▶ 인터뷰 : 심재철 / 새누리당 최고위원
- "공약한 그대로 지키면 증세로 그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재정형편을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이해 구해야 한다. 후세에 막대한 빚더미 넘겨서는 안 된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대통령이 공약 지키려는 손톱만큼의 노력과 성의 보이는 게 도리고, 약속 파기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를 해야 한다."
혹시나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 이미지도 금이 가는 걸까요?
박 대통령은 내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유감을 표명할까요?
박 대통령은 과거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때 공식 기자회견을 했을 뿐, 윤창중 전 대변인 사태나 세제 개편안 논란 등에 대해서는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 자리를 빌려 유감 표명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박근혜 대통령(3월4일. 김종훈 후보자 낙마관련)
-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5월13일 수석 비서관회의)
-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
▶ 박근혜 대통령(8월12일 국무회의)
-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다."
이번에도 국무회의 자리를 빌려 복지 공약 후퇴에 대해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박 대통령이 원한 것이든, 원치 않은 것이든 어쨌든 지금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보다는 대처 전 총리와 닮아가는 듯합니다.
남은 4년 6개월은 또 어떤 모습일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