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이렇게 공직자로서 활약했던 비결이 뭡니까?
-과찬의 말씀이고요. 공직자는 공직에 대해서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은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절제하는 자리거든요. 헌신하고 봉사한다는 것은 개인과 국가의 이익이 상충할 때 국가나 국민의 이익의 선택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잘 나가는 시기가 다 노무현 대통령 때였어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관세청장을 했고요.
▶이런 궁금증이 들어요. 본인 스스로 노무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분명한 친노(親盧)죠. 친노를 부인해 본 적도 없고요. 그러나 친노는 계파가 아닙니다. 친노 패권주의는 계파죠. 저는 친노지만 친노 패권주의는 반대하는 것이죠.
▶지금 친노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친노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친노는 패권주의라는 말씀이신가요?
-친노 패권주의는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고요. 친노 패권주의는 '어떤 자리는 능력이나 자격을 따지지 않고 친노여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계파적 성격이 있는 것이죠. 노무현 정신과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문재인 후보는 친노입니까? 친노 패권주의에 편승하신 분입니까?
-답변이 필요 없을 정도로 문재인 후보는 친노죠.
▶친노라고 하면 이 의원님과 문재인 의원은 같은 친노군요?
-그렇죠.
▶그렇다고 하지만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그때 정책의장이라는 당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선 후보 어느 누구도 집중적으로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사실 확인이 안 된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질문하겠습니다. 당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의원님께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잠시 있었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명박 정부 5년을 종식시키고 민주진보진영에서 정권을 가져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인가. 그게 제게 중요한 과제였지 누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친노이기 때문에 무조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친노 패권주의죠. 그것은 계파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만난 철학과 뜻이 같은 사람들로 지역균형발전, 국가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했던 동지입니다. 저는 당시 정책의장을 맡았기 때문에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정성 문제도 있었고요.
▶친노(親盧)라고 말씀하셨고, 동지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가까이 계셨던 분들은(故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 이 의원님이 지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섭섭해 하시더라고요.
-그럴 수 있겠죠.
▶그래서 제가 찾아봤습니다. 이 의원님은 '궁하다 해서 의를 저버리지 말고 뜻을 이루어도 도를 벗어나지 말라'는 맹자의 말이 좌우명이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에서 궁하다고 해서 의를 저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뜻을 여기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궁하다고 해서 의를 저버리지 말고 뜻을 이루었다고 해서 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제 좌우명이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옛날 관료 하실 때를 찾아봤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시장주의자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시장주의가 아닌 또 다른 것으로 정의하시나요?
-지금 우리 국가와 경제를 지탱하는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거든요. 시장경제는 인류가 개발한 아주 훌륭한 제도이지만, 이 제도의 문제점은 발전하면 할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양극화 문제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느냐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시장경제론자와 신자유주의를 구분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것이죠. 저는 신자유주의자는 아닙니다. 과거 한때 신자유주의가 풍미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9월 15일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자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신봉자였던 다보스포럼마저도 ‘이렇게 가면 자본주의가 지탱할 수 없다’며 시장경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일하게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탱했던 것이죠. 저는 시장경제를 존중하지만, 신자유주의자는 아닙니다. 시장경제가 고장 났을 때는 정부가 적극 참여해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개입에 대한 부분은 인정하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08년 6월 28일 저녁 9시 30분께 시청 앞에서 열린 광우병 시위에 참가하셨습니다. 시장주의자고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지지하시지만, 그때 강봉길 의원은 광우병 시위가 적절치 않다고 참여하지 않으셨어요. 이 의원님은 직접 시위에 참여하셨습니다. 두 가지가 상충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특징적으로 나타난 부자 감세,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규제 완화, 국민건강권을 무시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이 국가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건강권에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봤고요. 그런 울분과 분노로 광화문 시위 현장에 갔던 거죠.
▶청와대 수석도 하시고 장관도 2번이나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정부 공무원들이 외국과 협상할 때 얼마나 진지하게 하는지 아실 텐데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틀렸고 제가 옳았다는 것은 그 이후에 알 수 있죠. 이명박 대통령께서 광화문 시위 현장을 보며 소통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앞으로 수입 쇠고기 문제는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반성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결국, 우리들의 주장들이 옳았던 거죠.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가 아니고 소통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었죠.
-소통이 부족했던 것과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국민과 소통 없이 들여오려고 했던 것 등 총체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반성한 담화문을 발표한 적이 있죠.
▶2007년 1월에 건교부 장관에 취임하시게 됩니다. 취임식 다음 날 기자들을 만나서 "집값을 잡는 장관이 되겠다“ "강남불패는 이제 사라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후에 다주택자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분양가 상한제, 원가공개제까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모든 백화점식 규제를 다 쏟아내셨어요. 그로부터 9개월 후에 일어난 금융위기와 맞닿아 집값이 내려갑니다.
-오늘 장광익씨 이 프로 처음 진행하시는 거죠? 준비 참 많이 하셨네요. 2006년 행정자치부 장관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집값이 엄청나게 폭등했습니다. 특히 분양가가 올라가면서 기존 집값까지 올렸거든요. 그때 노무현 대통령께서 "노무현 정부가 집값 올라간 것 빼놓고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말씀하실 때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값을 잡으려는 소명을 가지고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갔었죠. 많은 분이 참여정부 시기에 집값이 계속 올랐던 것으로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2006년 12월에 건설교통부에 가서 2007년 1월 11일 소위 1·11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상한제를 도입한 거죠. 상한제로 당시 집값이 완전히 잡혔습니다. 2007년 통계를 보시면 압니다. 그 당시에는 집값을 잡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었고요. 그 이후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2008년에 오면서 경기침체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것이죠. 정책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습니다. 어떠한 정책도 보편타당하게 옳은 정책은 없습니다. 제가 맞닥뜨린 2006년 말 2007년 초에는 집값 잡는 게 최선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을 내놓았던 것이고요. 집값이 침체하면 거기에 맞는 대책과 정책을 새로운 정부가 내놓아야 하는 것이죠.
▶이야기를 돌려서 총선, 대선 둘 다 정책위 의장을 하셨어요. 그런데 총선과 대선 모두 민주당이 졌습니다. 요즘 민주당 내에서 선거패배에 대한 논쟁이 많은데. 이 의원님은 스스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책임이 있죠. 2번 다 패배했는데 책임이 없겠습니까. 제가 아쉬운 것은 ‘만약 정책 선거로 치렀다면 민주당이 졌을까?’라는 점입니다.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총선의 경우 정책은 사라졌습니다. 예를 들면 김용민 씨 막말 파문, FTA 문제, 제주 강정 마을문제 등 여러 논란에 지역주의가 대두하면서 정책문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통령 선거도 단일화 문제가 최대 이슈였죠. 제가 이번 당 대표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이제 정책 선거를 하자'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먹고 사는 민생 문제가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리 정책위 의장으로 이야기해봐야 언론과 국민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 대표가 정책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정치’에서 ‘정책’으로 국회의 역할이 바뀌게 된다는 얘기죠.
▶당 대표 출마에 관해 이야기하시기 전에 껄끄러운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총선과 대선 때 정책위 의장을 하셨음에도 '내놓았던 정책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가?'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수없이 내놓았죠. 예를 들면 국민의 5대 불안이 있지 않습니까. 일자리불안, 주거불안, 교육불안, 안보불안, 노후불안. 이 다섯 가지 문제에 대해서 좋은 정책들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집권하면 일자리 위원회를 청와대에 두고 일자리의 양과 질을 대폭 개선하겠다'부터 주거문제에 대한 정책도 내놓았습니다.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를 해결하기 위해 LH 공사가 이런 집을 사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시가의 70퍼센트로 집 없는 저소득층에게 임대하면 렌트푸어 하우스푸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거든요.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무상의료, 무상복지 등을 수도 없이 내놓지 않았습니까.
▶방금 말씀하실 때 계파 간의 경쟁과 책임을 묻는 것을 탈피해서 정책을 만드는 제대로 된 정당이 되어봐야겠다고 하셨는데요. 당 대표라는 자리는 사실 정책보다 정치적인 리더십에 있어서 전체 당을 이끌어가는 자리 아니겠습니까. 정책통이신데 과연 이 자리가 본인과 맞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책만 가지고 할 수는 없죠. 제가 주장하는 것은 이제 한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안철수 후보는 전혀 정치경력이 없으신 분 아니십니까? 문재인 후보도 초선 후보였습니다. ‘왜 이런 분들이 국민의 박수를 받고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가게 됐는가?’ 이것은 한국 정치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제가 대표가 되면 이번 5.4 전당 대회를 혁신 전당대회로 만들어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겁니다. 권력정치는 생활정치로, 선거조직은 봉사조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조직으로 바꾸는 거죠. 우리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논하는 것에 국민은 관심이 없습니다. ‘누가 정치권을 잡아야 일자리가 많이 생기나?’ ‘물가를 안정시켜 편안하게 살 수 있는가?’ 등 실력 있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을 원하거든요.
물론 지금은 진보의 시대이고 진보는 시대가치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진보는 이상적인 이데올로기 진보가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민생진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실용진보를 원하는 것이고요. 지금까지 정치적 리더십으로 불린 20세기적인 물리적 투쟁이나 선동으로 본다면 저는 정치력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제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하겠다는 겁니다. 정책으로 견제하며 논리, 실력, 도덕성, 헌신성 등 21세기적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 국민의 지지도 받으면서 여당도 철저하게 규제, 견제하겠다는 겁니다.
▶광주 시민들은 이용섭 의원이 광주 시장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고 계시던데 내년 4월 재보궐 광역단체장, 광주 시장은 잠깐 접으시는 겁니까?
-지금 민주당이 어떤 정당입니까. 그야말로 호남인들, 민주시민들이 논밭 팔고 목숨 바쳐서 만든 정당이거든요. 이 민주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느냐 마느냐’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우선 민주당을 구해야 하고요. 제가 광주 시장을 잘하게 되면 145만 광주 시민만 행복하지만 제가 훌륭한 야당 대표가 되면 5천만의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습니까.
▶다른 후보들보다 내가 꼭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 이 부분을 강조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다음에 오는 민주당 당 대표는 당을 혁신적으로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혁신은 전문 영역입니다. 의지만 가지고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청와대 혁신 수석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혁신을 주도해 봤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완전한 혁신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계파주의에 대해서도 저는 어느 계파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계파주의를 청산할 수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국민께 안정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도덕성과 다양한 국정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가 민주당 대표되는 것만으로도 한국 정치는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김한길 의원이 나온다고 하시는데 이길 수 있는 비책이 있으신가요?
-그분도 훌륭한 분이시죠. 그러나 지금 민주당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합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습니까? 피가 돌지 않으면 동맥경화에 걸리는 것처럼 당도 새로운 얼굴이 나와야지 5년 전, 10년 전 똑같은 분들이 또 당 대표가 되면 당이 혈액순환 되겠습니까? 그분 훌륭하신 분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민주당의 발전을 위해서 담대하게 도전하는 것이죠.
▶당 대표가 되시면
-그분들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분들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이미 당 대표를 하셨지 않습니까? 그분들은 민주당의 원로로서 민주당이 잘 나아가도록 지원과 협조를 해주실 겁니다.
▶꼭 승리하십시오. 다음에 당 대표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