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NLL을 포기하는 거 아니냐는 정당한 질문에도 무조건 비난만 하고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당시 노무현 정권에서 책임졌던 이들이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인데 국민의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피땀 흘린 한국이 잘못된 선택으로 무너지는 거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오셨을 겁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지난해 10월12일)
- "만약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 그것이 저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국민에게 평가받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면 정문헌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말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을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뜨거운 공방의 대상이었던 이 문제가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검찰은 어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국정원에서 제공한 당시 비공개 대화록을 봤더니 실제로 NLL과 관련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있어 정 의원의 주장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검찰은 정 의원 발언의 기본적 취지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말일까요?
굳이 해석학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어떤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그 말의 앞뒤 맥락과 어휘를 직접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찰 역시 뉘앙스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검찰이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기본적 취지가 사실에 부합한하다고만 했으니'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철우 /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민주당이 사과해야 합니다. 특히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후보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검찰이 편파 수사를 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
- "정문헌 의원 발언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부합하는지 (밝혀야 하며), 정 의원이 2급 기밀문서를 보고 주장한 것이라면 기밀누설죄에 해당합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를 자처했습니다. 강력히 대응하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당시 전략팀 일원인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비서관(50)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NLL 재획정을 요구하자 'NLL은 우리 국민이 사실상 영해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이 전했습니다.
북측의 NLL 변경 요구를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거절했고, 그래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NLL 문제가 빠졌다는 겁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시 국방장관으로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김장수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진실을 알고 있을까요?
진실 여부를 떠나 NLL 문제가 다시 정치 쟁점화하면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NLL 문제가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일까요?
그렇다고 그냥 어물쩍 덮어두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민주통합당과 노무현 재단은 검찰에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박근혜 당선인도 NLL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건드려야 합니다.
박 당선인이 말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려면 남북 간에 NLL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혹여 북한이 서해 NLL이 자기들 영해라고 주장하는 차원에서 또다시 무력도발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꼬여만 가는 남북 관계, 해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