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남북의 군사적 균형이 흔들리니, 우리도 핵을 가짐으로써 북한이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조갑제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조갑제 / 조갑제 닷컴 대표
- "상대 강도가 칼을 들었는데 옆에 나도 칼을 갖고 있는데, 칼을 집을 것이냐 아니냐는 국가 의지의 문제 국가 생존의지가 있느냐? 이 논의는 본격적으로 정당방위적 핵무장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일부 보수인사들에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정치권에서도 핵무장론에 대한 얘기가 제법 심각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의원은 핵무장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
-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 들고서 집을 지키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 북핵을 머리 위에 둔 상태에서 북한의 처분에 우리의 안보와 생명을 맡기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북한 핵을 없앨 것인지 결단해야 합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원유철 의원도 '조건부 핵무장' 검토를 주문했고, 심재철 최고위원도 군사적 대응책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황우여 대표는 핵 도미노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이런 때에 우리가 단순히 대화에만 매달릴 수 없습니다. 대화하더라도 북한에 오판할 기회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며 장차 동북아 군사긴장과 핵 도미노까지 우린 대비 해야 합니다."
정말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 걸까요?
국방 전문가들 말을 빌리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보유할 수 있는 잠재적 핵보유국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민과 박근혜 당선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핵보유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공포의 균형' 전략입니다.
그러나 핵보유를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입니다.
우리가 핵을 가짐으로써 한반도는 국지적 분쟁의 장에서 핵전쟁의 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핵개발을 근본적으로 막는 한미 원자력 협정을 파기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핵확산금지조약도 탈퇴해야 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도 포기했습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일본을 자극해 일본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우리가 핵을 개발하는 게 가능할까요?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으니 독자적으로 한국이 핵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독자적 핵무장론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미국의 핵우산 논리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미묘한 것은 북핵을 바라보는 미국의 관점이 과거와 조금 다르다는 겁니다.
6자회담이나 유엔 안보리 조치는 모두 북한의 핵개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게 주요 목적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정책은 '핵개발 저지'에서 '핵확산 방지'로 바뀌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버락 오바마 / 미국 대통령
-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무기 확산 방지에 계속해서 앞장설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국제의무를 준수해야만 안보와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혹시 영어로 spread, 우리말로 확산이라는 표현이 들리시나요?
북핵 문제를 말하는 미국 관료들의 입에서 언제부터인가 '확산'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니, 북한을 잘 관리해 핵이 제3국이나 테러집단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뜻일까요?
어쨌든 미국이나 주변국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어떤 해법을 갖고 있을까요?
어제 인수위원회 외교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한 말을 들어볼까요?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당선인
- "북한이 3차가 아니라 4차, 5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북한의 협상력은 높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옛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3차 핵실험으로 박 당선인이 약속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억지에 기초한 것이지, 유화정책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온 마당에 '신뢰 구축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 프로젝트는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이 북한을 압박할 강경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독자적 핵무장도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도 어려운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쓸 수 있는 채찍은 뭘까요?
전달 살포, 확성기 방송을 활용한 대북 심리전일까요?
전면적인 심리전은 북한의 국지적 도발을 부추길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화와 당근을 주는 햇볕정책으로 돌아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반도 상황은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데, 박근혜 정부가 뚫고 나갈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