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어제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전격적인 사퇴로 출범을 앞둔 '박근혜호'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설 특별사면을 두고 신·구 정권 간 파열음이 나고 있습니다.
정치부 정성기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1】
먼저,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사퇴, 정말 예상 밖인데요?
【답변1】
그렇습니다.
역대 정부에서 초대 총리 지명자가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희 취재기자들도 어제 김용준 후보자의 사퇴 소식에 상당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윤창중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전한 시간이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자들은 대부분은 그날 기사 송고를 마친 상태였겠죠.
더욱이 낮 동안에는 김 후보자가 정상적으로 업무 보고를 진행했고요, 또 일부 언론을 통해서 두 아들의 병역 문제 등 제기되고 있는 검증 공세에 대해서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였기 때문에 사퇴는 사실 예상 밖이었습니다.
【질문2】
그렇다면 결국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어떤 부담이 있었다고 봐야되나요?
【답변2】
그렇다고밖에 볼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어제 사퇴의 성명에서도 '부덕의 소치로 국민과 박 당선인에게 걱정을 끼쳤다'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습니다.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사실은 아닐지라도 일부 의혹들은 해명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의혹은 크게 두가지였죠.
첫째는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사유인데요,
큰 아들은 체중 미달, 둘째 아들은 통풍으로 면제됐단는 건데요.
하지만 큰 아들이 현재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라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고요, 둘째 아들의 경우도 통풍이라는 병이 과거 병역 비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면제 사유였기 때문에 의혹의 눈길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어제는 일부 언론에서 김 후보자 자제들의 병역 문제가 과거 병역비리 수사 선상에 오른 적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됐습니다.
【질문3】
재산 문제가 사실 더 논란이 크지 않았습니까?
【답변3】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두 아들의 병역 문제보다도 사실 재산형성 과정의 의혹들이 김 후보자를 크게 압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후보자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이 10여 군데에 달하고요, 대부분이 70~80년 대에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기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두 아들이 7~8세 때 할머니로부터 서초동 땅을 증여받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김 후보자 명의였다는 의혹이 제기됐고요,
안성에 있는 땅도 김 후보자 모친이 장손에게 증여했다고 당초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직접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부인 소유인 신수동 땅과 건물에 대해서 김 후보자가 공직 시절 재산 공개를 하지 않았던 점 등,
각종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 세금 회피 등의 의혹이 연일 쏟아지자 김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당초 오늘 총리실이 김 후보자의 검증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요, 바로 전날 전격적으로 사퇴했다는 것은 결국, 내부 검증 과정에서 해명하기 힘든 어떤 부분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질문4】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답변4】
그렇습니다.
법과 원칙, 신뢰를 강조해 온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상당한 충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후보자를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할 당시에도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가 늘 약자 편에 서서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재산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사퇴했기 때문에, 박 당선인으로서는 본인의 정치적 자산에 타격을 입었다고 봐야합니다.
김 후보자는 인수위원장 직도 당선인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인수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위원장 직에서도 물러날 경우엔 그 여파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김 후보자의 사퇴로 인해서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집중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위 구성 이후에 당선인의 이른바 '깜깜이 인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는데요.
극소수의 최측근, 이른바 비선라인을 통해서 인선을 하는 박 당선인의 불통 인사 스타일이 이번 같은 일을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김용준 후보자를 지명할 당시에도 청와대나 관련 정부 기관에 검증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앞으로 새 정부 각 부처 장관을 줄줄이 임명해야 하는데 지금 방식으로 인사를 하면 김 후보자와 같은 낙마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질문5】
이제 총리 인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새 정부 내각 구성이 계획대로 진행될까요?
【답변5】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인수위 활동도 과거 정부에 비해서 일주일 가량 늦게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다음 달 25일 취임식까지 그야말로 일정이 빠듯했는데요.
여기에 초대 총리 인선도 좌초되면서 새 정부 조각 작업은 파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인수위는 당초 다음 달 4일까지는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하고 인사청문회 등을 준비할 계획이었는데요,
이제 총리 인선부터 다시 해야하고요, 또 낙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자들의 내부 검증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내부 검증이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언론과 국회에서의 날카로운 검증을 넘어야하기 때문에 새 정부 조각 작업 일정도 빠듯하고 내용 면에서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6】
어제 청와대 설 특별사면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웠는데요?
【답변6】
어제 사실 청와대 특사 문제가 각 언론사 탑기사였는데, 저녁 김용준 총리후보 사퇴로 다소 조용해졌다고 할까요?
정치권 탑 이슈가 갑자기 바뀌는 일이 생겼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설 특사 강행에 대한 여파가 상당했습니다.
비리 혐의로 구속된 전현직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다수 포함됐는데요.
야권은 물론 박 당선인 측이 상당히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청와대의 설 특사 발표가 있은 지 5분 만에 인수위는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특사로 국민적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박 당선인도 '유전무죄'의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아무래도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국민적인 비판이 큰 특사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이지만 본인의 권한은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질문7】
이번 특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 누가 있나요?
【답변7】
아무래도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사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보은 사면', '측근 끼워넣기'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또 대통령의 50년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사면된 것이 그렇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권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복역 중이었는데요.
청와대는 두 사람의 비리가 임기 중 발생하지 않았고 권력형 비리도 아니기 때문에 특사에 포함됐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대통령 친인척이나 재벌그룹 총수, 성폭력.살인.강도 등 반인륜적 흉악범들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동 봉투 사건에 연루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
친박계 인사로는 공천헌금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도 복권됐고요, 노무현 정부 인사와 용산사태 관련자들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선 비서관급 이하 실무자들은 이번 특사를 반대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이 대통령의 설 특사과 관련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