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면심사위가 이미 특별사면안 심의를 마쳤고, 내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사실상 대통령 결심만 남은 상태라는 말도 들립니다.
애초 청와대는 다음 달 초 설을 앞두고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달 말로 앞당겼을까요?
어차피 욕을 먹을 바에야 시간을 질질 끌어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할 걸까요?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은 터라 오래 끌면 끌수록 국정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일까요?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1월28일)
-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께 한 말씀 드립니다. 단군 이래 최악의 부정부패로 얼룩진 측근 구하기용 특사는 즉각 철회해야 합니다. 법치 질서 파괴하는 것임은 물론 국민의 뜻도 무시하는 것입니다."
현재 특사 대상에 거론되는 사람은 이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 나모여행 회장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 등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얼마 전 항소를 하겠다고 한 터라 자연스레 특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래도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이런 민심을 아는 듯, 박근혜 당선인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원론적으로 특사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윤창중 / 인수위 대변인(1월26일)
- "특사가 임기 말에 관행처럼 이뤄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그 입장입니다.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입니다."
인수위가 특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견해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창중 대변인의 말에서 박 당선인이 특사에 완강하게 반대한다는 의지가 느껴지나요?
사면은 엄밀히 말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입니다.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는 특사에 대해 인수위가 비판할 수 있지만,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은 없다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왜 특사에 반대한다는 당선인의 뜻을 정권 인수인계를 담당하는 인수위 대변인이 했을까요?
박 당선인 옆에는 당선인 대변인이 두 명이나 있는데 말입니다.
일부 언론은 박 당선인이 특사에 강하게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박 당선인은 2월25일 취임 전까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면권 행사는 어쨌든 법에서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입니다.
원칙과 법을 목숨처럼 여기는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의 사면을 끝까지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박 당선인이 강하게 나올 때 자칫 신구 권력 충돌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친박 인사인 홍사덕, 서청원 전 의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이런 분석이 맞는 것일까요?
그래서 당선인 대변인이 아닌 인수위 대변인이 특사에 대한 첫 견해를 내놓을 것일까요?
그러나 법과 원칙보다도 민심이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특별사면의 불똥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당선 이후 기대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특사에 대한 민심마저 악화할 때 취임 초 국정운영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박 당선인은 부랴부랴 오늘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특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조윤선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조윤선 / 당선인 대변인(1월28일)
- "박근혜 당선인은 특사는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욕을 먹더라도 정치적 부채를 갚으려는 이 대통령.
그리고 현실적으로 특사를 막을 수는 없지만, 반대 뜻을 천명함으로써 국민적 비판에서 비켜서려는 새 정권.
임기 말 특별사면은 늘 그래 왔듯 물러가는 현 대통령의 단독 작품이고, 그래서 비판도 모두 떠안고 가야 하는 걸까요?
임기 말 특별사면은 묘한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