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으로서는 인수위원 임명에 이어 두 번째 인사인 셈입니다.
그러나 인수위원과 달리 총리와 이 이후 있을 장관들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번 총리 지명이 사실상 첫 인사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박 당선인은 총리 지명을 앞두고 아마도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상당히 신경쓰였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후보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눈여겨봤을 것입니다.
능력은 있어도 도덕성과 사회의 신망이 없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기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이동흡 후보자를 통해 여실히 봤기 때문입니다.
여야는 오늘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결국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여야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기춘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1월23일)
- "공금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이자놀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낙마의 결정적 사유임은 말할 것도 없고 횡령으로 고발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 박민식 / 새누리당 의원 (1월23일)
- "결격사유가 없기 때문에 적격이라는 주장은 헌법재판소장이라는 막중한 무게감에 비쳐서 자연스런 인과관계는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청문회에서 결정적 하자가 나오지 않았고,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여론이 나빠졌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의원들 상당수는 이 후보자에 대해 등을 돌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심지어 황우여 당 대표까지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 되지'라는 말까지 꺼냈습니다.
이쯤 되면 사실상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고 해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작아 보입니다.
강창희 의장은 '인사안건을 직권상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설령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직권상정되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작습니다.
154석으로 간신히 과반을 넘는 새누리당에서 몇몇 이탈표만 나와도 부결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부결될 게 너무나 자명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도, 그리고 국회의장도 직권 상정 처리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후보자에게는 이제 '자진 사퇴'라는 카드만 남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유독 인사문제가 시끄러웠습니다.
딱 5년 전인 이맘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첫 조각으로 임명한 이춘호, 남주홍, 박은경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습니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자녀의 이중 국적 문제가 낙마 이유였습니다.
첫 조각의 실패는 어쩌면 이명박 정부 내내 인사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탄에 불과했을지 모릅니다.
이듬해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개인 스폰서와 위장 전입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청문회 도중 사퇴했습니다.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전격 단행된 2010년 개각은 더 큰 역풍을 불렀습니다.
2명의 장관 후보자는 물론, 야심 차게 임명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거짓말 논란으로 물러났습니다.
▶ 인터뷰 : 김태호 / 국무총리 후보자(2010년 8월)
- "청문회 동안 저의 부족함이 너무나 많음을 진심으로 깨우쳤습니다."
2011년에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코드 인사 논란으로 사퇴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무려 8명의 고위 공직자가 낙마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까,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새삼 놀랄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는 첫 조각 인사 때부터 끝나는 날까지 인사 문제로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던가요?
정부 조직을 바꾸고, 새로 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어떤 장관이 오는지, 어떤 사람이 그 자리를 맡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오늘 총리 지명으로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잡음 없이 잘 갈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