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남은 대선까지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새까맣게 속이 타는 나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상황을 역전시킬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안철수 전 후보 말고는 말입니다.
MBN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는 46.5%, 문재인 후보는 40.5%로 나타났습니다.(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12월 4~5일, 임의 걸기 유무선 전화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울 경우 지지율은 박 후보가 44.3%, 문 후보가 43.3%로 초박빙으로 나왔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도움 없이는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사실상 이기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제 아침 문재인 후보는 선대위 회의에서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2월5일)
- "단일화가 힘찬 단일화 그리고 감동을 드리는 단일화가 됐으면 하는데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우리 국민께도 죄송합니다. 선대위 여러분께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마 무엇보다도 안 후보 지지분들 사이에 상실감과 허탈감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어쨌든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해 단일화 아픔 덮고 넘어서서 이젠 함께 해나가자는 간곡한 호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서울 용산에 있는 안철수 전 후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비서가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문재인 후보가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알렸지만, 문 후보는 잠시 뒤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안 캠프 쪽은 당시 안 전 후보가 집에 없어 두 분이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의로 피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설마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안 전 후보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게다가 사전에 찾아간다는 연락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 기다렸다는 걸까요?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무작정 찾아갔듯 그런 삼고초려의 마음이었다는 얘기일까요?
문 후보는 어제 서울에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을 알면서도 지방 유세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서울 대학가를 돌며 혹여나 안철수 전 후보가 유세 현장에 와주길 간절히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예정됐던 문재인 후보 지원방식 발표도 갑자기 취소했습니다.
안철수 캠프 유민영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유민영 / 안철수 전 후보 대변인(12월5일)
- "(공동 유세 계획은 있었나?)
못들었습니다. 결정한 바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여러 전제를 넘어야 답 줄 수 있고, 지금으로서는 어제와 진전되어 결론적으로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안철수 캠프 쪽에서 문 캠프의 언론플레이에 화가 났다는 말도 들립니다.
문 후보가 안철수 전 후보 집을 찾아간 것을 문 캠프에서 언론에 흘렸다는 겁니다.
또 오전에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던 '한국비전2050포럼'과 '철수정책개발연구원'이 문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도 안 전 후보를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민주통합당이 안철수 캠프 외곽을 맴돌던 이들 조직을 마치 핵심 조직인 것 마냥 부풀려 말했다는 겁니다.
안철수 전 후보를 압박하는 듯한 이런 언론플레이가 갑자기 기류를 바꿔놓은 걸까요?
캠프 해단식 다음 날인 지난 4일 오후 안철수 전 후보는 참모들 회의에 불쑥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후보 지원방안을 확정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안 전 후보는 웃음을 띤 채 '자기는 후보 사퇴했는데 뭐하러 여기 왔냐'며 자리를 떴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으니 안심하라는 의미였을까요?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었을까요?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이념적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던 터라 이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어쨌든 문 캠프는 마냥 안철수 전 후보만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안철수 캠프를 제외한 야권 세력이 모여 '국민연대'를 오늘 출범시킨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미련까지 접을 수는 없겠죠.
문재인 후보가 오늘 아침 민생정치 약속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2월6일)
- "안 후보께서 어떤 방식으로 저의 선거 대선 승리 정권교체를 위해서 도울 것인지는 그분의 선택에 따를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도 대선승리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보태주리라 생각합니다. 국민연대는 우선 안 후보 캠프 제외한 저희와 시민사회 세력 함께 모여서 출범합니다만, 그렇게 하는 데는 또 그와 별도로 대선 승리를 위해 도와줄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안철수 전 후보 없이 민생정치를 통해 대선까지 가겠다는 '홀로서기 선언' 같기도 하고, 또 어찌
유비가 삼고초려를 통해 제갈공명을 데려왔듯, 문재인 후보의 삼고초려도 안철수 전 후보를 데려올 수 있을까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