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발언이나 과거사 사과, 정수장학회 논란, 홍사덕 전 의원을 비롯한 측근들의 비리 등 악재가 터져도 이 지지율은 끄떡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지지율을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대선 승리는 이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51%를 얻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민주화' 담론은 그래서 박 후보에게는 의미가 컸습니다.
부족한 5%포인트의 지지율 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지난 8월 박근혜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8월20일)
- "어느 한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에서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적 약자도 공정한 기회를 얻게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종인 전 장관을 영입했습니다.
당이 비상시기였을 때는 비대위원을 맡겼고, 그 이후에는 당의 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김종인 위원장을 둘러싼 삐걱거림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 9월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9월5일)
- "정치판에서는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하느라 정신없고, 그래서 기업들이 의욕 떨어지고 국민 불안해하고 이러는데 정부라도 흐름을 거시경제 안정시키고 하는 건 매우 큰 역할 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로 보수층이 흔들린다는 겁니다.
이런 갈등은 급기야 김종인 위원장이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로까지 번졌습니다.
결국, 박 후보가 직접 나서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그 이후로도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늘 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김종인 위원장과 박근혜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박 후보가 한 이말 때문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11월11일)
- "저는 한결같이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발표하고 확인을 했습니다. 한 마디로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금지한다. 그리고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그대로 둔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몇조 원씩이 들어가는데 경제위기 시대에 그것보다는 이를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는 게 도움이 됩니다."
김 위원장은 강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규제해야 한다는 자신의 요구를 박 후보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요?
김 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수조 원이 든다는 것은 박 후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설득했지만, 박 후보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토사구팽을 당했다', '경제민주화는 쇼였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갈등 당시에는 김 위원장의 손을 들어주었던 박 후보가 지금은 왜 김 위원장과 거리두기를 한 것일까요?
지난 8월 김종인 위원장이 MBN과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특위 위원장(8월16일)
- "반드시 내 논리대로 가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거기(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아마 주변의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저도 과거의 관습에 젖어서 본인 스스로 변화를 안 하려고 할 수도 있겠다, 이거예요. 근데 그거(경제민주화)를 안 할 것 같으면 내가 보기에는 선거에 어렵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요."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으면 선거에 어렵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 역시 '중도층을 향해 끊임없이 표를 달라고 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 말과 이상돈 위원의 말만 놓고 보면, 박 후보는 지금 위험한 선택을 한 셈입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 꼭 필요했던 부족한 5% 포인트의 지지율을 스스로 차버린 셈이니까요.
그런데 오늘 한 언론에 흥미로운 분석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양자대결 시 박근혜 후보가 46%, 안철수 후보가 50.4%로 나옵니다.
그런데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연령대별 투표율을 적용해 분석하면 오히려 박 후보가 48.8% 대 47.4%대로 박 후보가 앞섭니다.
2007년 17대 대선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적용하면 박 후보는 49%, 안 후보는 47.3%로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문재인 후보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박빙을 보이고 있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연령대별 투표율을 적용하면 박 후보가 50%, 문 후보가 44%로 나타납니다.
2007년 대선 당시 투표율을 적용했을 때도 비슷합니다.
이 얘기는 뭘까요?
지금 단순 여론조사로는 박 후보가 안 후보보다 뒤지거나 문 후보와 박빙이지만, 연령대별 실제 투표율을 적용하면 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박 후보가 무조건 이긴다는 의미일까요?
야권 후보에게 유리한 2040세대의 투표율은 낮지만, 박 후보에게 유리한 507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서 실제 대선에서는 박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보수층 표만 확실히 잡는다면 야권 단일화와 관계없이 무조건 선거에서 이긴다는 뜻입니다.
다시 경제민주화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경제민주화는 2040세대와 중도층이 좋아하지만, 상대적으로 5070세대와 보수층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박 후보로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도층 표를 잡으려다 보수표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을까요?
굳이 산토끼(중도층)를 잡으러 나갈 필요 없이 집토끼(보수층)를 잘 단속하는 게 대선 승리의 보증 수표라면 말입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갈등설, 그리고 최근 박 후보의 보수 행보가 정말 이런 지지율 분석에 따른 것일까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와 성장 모두를 다 챙기는 것이라 말하지만, 무게의 중심축이 성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말들이 무성하게 들립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