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던 야권 지지자들이 가장 보고 싶어했던 바로 그 장면이 연출됩니다.
배석자 없는 단독회동에서 두 사람은 무슨 얘기를 할까요?
두 후보의 회동은 문재인 후보가 먼저 제안하고, 안철수 후보가 수용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먼저 문재인 후보가 지난 4일 한 말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4일)
- "대다수 국민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해 저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해서 힘을 합쳐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저와 안철수 후보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안철수 후보도 저와 마찬가지로 단일화의 의지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습니다. 선거를 45일 앞두고 있고, 후보등록일은 2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국민은 정말 단일화가 될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에게 제안합니다.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을 합의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충분히 논의하도록 합시다. 저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단일화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말이 통했던 걸까요?
안철수 후보가 마침내 화답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5일)
- "우선 문재인 후보와 제가 만나서 서로 가치와 철학 공유하고 정치 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정권교체를 위해 더 많은 국민의 뜻을 모아갈 수 있습니다. 1+1을 3으로 만들어내면 정권교체 이루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면 좋겠습니다.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가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 돼야 합니다. 저는 문재인 후보와의 생각이 이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 진영은 급박하게 움직였고, 마침내 오늘 오후 6시 단독회동을 전격 결정했습니다.
단일화를 놓고 지루한 핑퐁게임을 하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양쪽 모두 오래전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철저히 대비한 듯한 인상마저 듭니다.
특히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의 3대 조건, 즉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가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를 언급한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단일화의 3대 조건을 준비한 듯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두 사람이 오늘 저녁 만나 무슨 얘기를 할지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할까요?
오늘 아침 문재인 후보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6일)
- "단일화뿐만 아니고 단일화가 가치 정책 공유하는 대화가 돼야 하고 함께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 이뤄나가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단일화가 가치 정책 공유하는 단일화 돼야 한다면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혁신 방안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단일화 방식과 관련한 언급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치와 정책의 공유, 정치쇄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도 비슷합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5일)
- "저는 정치의 근본적인 쇄신이 정권교체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득권 넘으려면 우리가 변화하고 있고 믿음을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지난 개혁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때 개혁 구호는 있었지만, 재벌 공화국, 검찰 공화국 못 막았습니다. 이번에는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믿음 주는 각오와 약속이 필요합니다."
두 후보의 말을 들어보면, 오늘은 단일화 방식과 관련한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정치쇄신, 정당 혁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주를 이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좋게 좋게만 흐를 것 같지도 않습니다.
첨예한 단일화 방식을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정치 쇄신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를 놓고는 두 후보가 한치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할 게 눈에 선합니다.
정치 쇄신에 대한 주도권을 어느 쪽이 가져가느냐는 앞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져가느냐 만큼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오늘 아침 새정치위원회 회의에서 정당 쇄신을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6일)
- "지금까지 민주당 당원 구조는 지역위원회 중심으로 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당이 다 그런 구조였습니다. 지역위 중심이 되다 보니까 직장 다니는 사람과 대학생, 젊은이들은 참여해서 활동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지난번에 기존 오프라인 정당의 변화를 말씀드렸는데 그것이 형식이라면 내용은 직장위, 대학위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지금 중앙당 집중된 많은 정치적 권한을 대거 각 시도당 지역위에 과감하게 이양해 분권화된 정당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역위 중심에서 벗어나 SNS와 인터넷에 기반한 직장위원회, 대학위원회를 둬 정당의 개방성을 넓히겠다는 겁니다.
또 중앙당의 공천권을 대폭 지역위원회로 넘기겠다는 겁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쇄신에 맞서는 과감한 정치쇄신으로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의도일까요?
그런데 안철수 후보의 생각은 이보다 더한 정치쇄신을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5일)
- "모든 개혁 세력이 같이 할 때 정권교체 가능합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원만한 개혁 새로운 시대 열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 위해서는 야권단일화 필요하고 단일화와 함께 새 정치를 향한 국민 연대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안 후보의 말에서 '모든 개혁 세력이 같이 할 때', 그리고 '새 정치를 향한 국민 연대의 과정'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모든 개혁 세력을 담아내고, 국민 연대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원한다는 뜻일까요?
바로 신당 창당을 말하는 겁니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통합당이라는 그릇을 유지하면서 내용물을 바꾸겠다는 것이지만, 안철수 후보의 생각은 민주통합당이라는 그릇도 깨자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을 해체하고 모든 개혁세력을 담아낼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오늘 만남에서 안철수 후보가 신당을 얘기한다면, 어찌 될까요?
문재인 후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통 크게 가자'고 했으니, 문 후보가 민주당 해체를 수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 만남은 그래서 두 후보 모두에게 덕담이나 주고받는 자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런 얘기는 너무 앞서간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오늘 두 사람의 만남은 후보 단일화 방식보다도 더 치열한 신경전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자리에서 가치와 철학, 그리고 정치쇄신의 방향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는 바로 없던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 단독이냐, 아니면 배심원단에 의한 방식을 더하는 여론조사냐 하는 방법론적이고 기술적인 논의는 차후의 일입니다.
양 진영에는 오늘이 바로 최대 고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