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가 승리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 불가입니다.
MBN과 매일경제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0월26일과 28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은 47.3% 대 45.2%로 나타났습니다.
9월 중순부터 지지율 격차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쨌든 오차 범위 내입니다.
박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대결은 45.6% 대 47.4%로 9월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역시 오차범위 내에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누가 승리할 것이다고 말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구도 싸움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변화와 쇄신을 통해 선거구도를 장악하며 승리했듯이, 이번 대선 역시 막판으로 갈수록 선거구도를 잡기 위한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여성 리더십과 준비된 대통령으로 선거구도를 짜고 있습니다.
과거사 논란에 가려져 있던 박 후보의 장점을 끄집어내 선거구도를 주도하겠다는 겁니다.
박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10월28일)
- "나라의 안전과 평안, 가정 위해 여성 여러분이 앞장서줘야 합니다. 모두가 변화를 얘기하고 쇄신을 주장하지만, 여성대통령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와 쇄신입니다. 아무리 큰 변화라도 이거보다 더 큰 변화는 없죠. 여성 리더십은 세계적 추세로, 우리나라도 지금이야말로 민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질 수 있는 어머니와 같은 희생과 강한 여성리더십이 필요할 때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여성 지도자 탄생은 쇄신이라고 평가합니다."
20대부터 퍼스트레이디를 한 박 후보로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육영수 여사로 이미지 전환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 여성 후보라는 것은 적어도 5년 전에는 박 후보에게는 아픈 핸드캡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와 경쟁을 할 때, 안보와 경제 이슈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손해를 보면 봤지, 이득을 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을까요?
적어도 안보 분야에서는 박 후보가 가장 잘할 것 같다는 응답도 있는 걸 보면 여성 후보라는 게 더는 약점이 되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박 후보에 대한 여성의 지지율은 높을까요?
한국갤럽이 22~26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에 대한 여성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 평균과 비슷한 37%를 보였습니다. (전국 성인 1,561명, 휴대전화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
여성이라고 해서 박 후보를 더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일까요?
야권은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여성을 위해 한 일이 없는 박근혜 후보가 이제 와 여성 대통령을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10월30일)
- "박 후보가 과연 여성의 사회진출과 정계진출을 위해 무엇을 했고 새누리당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박 후보가 생뚱맞게 여성 우대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박근혜 캠프가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면, 야권은 단연코 야권 후보 단일화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박 캠프에서는 일찍이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티격태격 싸우는 척 관심을 끌면서 막판에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 정치 쇄신안을 놓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주거니 받거니' 싸우며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것은 후보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쇼'라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양측의 긴장감이 더 커지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0월29일)
- "저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 혁신 방안은 특히 국회의원 정수를 줄인다든지 중앙당 폐지한다든지 조금 우리가 가야 할 정치 발전의 기본 방향과는 맞지 않는 거 아니냐? 국민 실망시켜왔던 기득권과 특권, 도덕적이지 못했던 모습들을 혁파해나가야 하는 것이 방향이지, 그 부분 실망 드렸다고 해서 오히려 숫자 줄이고 중앙당 폐지하는 것은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안철수 후보와 저는 단일화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문 후보의 말은 자신의 정치쇄신안이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보다 더 낫지만, 어차피 후보단일화를 해야 하는 상대이니 지나치게 주도권 다툼으로 비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안 후보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배려심도 보인 걸까요?
이런 자신감은 최근 지지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MBN 매일경제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지지율을 다시 보겠습니다.
문 후보는 42.2%, 안 후보는 39.2%로 처음으로 문재인 후보가 앞섰습니다.
호남 지역에서도 문 후보는 51.4%, 안 후보는 39.9%로 한 달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단일화 방식 역시 문재인 캠프가 선호하는 국민 경선이 49%로 안철수 캠프가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이 문재인 캠프로 넘어간 것일까요?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문재인 캠프의 우상호 선대위 공보단장은 늦어도 다음 주부터 구체적 협상에 들어가자며 언제까지 단일화 논의를 늦추겠다는 것인지 공식질문한다고 안철수 캠프를 압박했습니다.
안철수 캠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지만 말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여전히 강연을 돌며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안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0월30일)
- "단순히 국회의원 숫자 100명을 줄이기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제가 100명 줄이라고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제 정치개혁 주장에 대해 왜 70%의 국민이 찬성을 보내고 있는가를 깨달아야 할 시기입니다.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하라, 재벌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안철수 후보 쪽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가 어제 캠프 전체조회에서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지만 11월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했으므로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하겠다는 걸까요?
하지만, 후보 등록일인 11월25일 불과 보름 남겨놓고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면, 사실상 여론조사 방식 밖에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민주통합당이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할까요?
야권 단일화가 점차 가시화하면서 박근혜 캠프에서는 야권 단일화 때문에 정책 검증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10월30일)
- "야권단일화가 블랙홀로 작용해서 대선 후보들의 인물검증과 정책검증이 모두 단일화 블랙홀에 묻혀버려서 다른 이슈는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재인, 안철수, 양 후보가 단일화하느냐, 안 하느냐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고, 대통령선거는 정책대결보다는 과거지향적이거나 인기영합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박근혜 캠프로서는 야권 단일화 논의가 블랙홀처럼 선거 구도를 끌고 가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저마다 이번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치밀한 전략을 짜고, 여론 반응을 보고 있습니다.
정책이나 공약이 아니라, 선거공학적인 이미지나 분위기로 선거구도가 흘러가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하며 지지를 결정할 수 있을까요?
이제 선거는 5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