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때가 됐다는 뜻입니다.
대선 승리의 공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기 안방을 지키는 동시에 상대 진영을 파고드는 겁니다.
답은 간단한데, '어떻게'라는 방법론으로 가면 아주 복잡한 전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어제 직접 중앙선대위 위원 임명장 수여식과 함께 첫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먼저 박 후보의 말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이번 선거를 통해 어떻게든 안정 속에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대통합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이 생각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선거과정부터 대통합 기운 이뤄낼 때 이런 방향에서 새로운 시대 이뤄갈 발판을 잘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후보가 강조하는 것은 국민대통합입니다.
그런데 박 후보가 대통합을 외치며 첫 회의를 주재한 이 자리에 중앙선대위 의장단인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김태호 의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가족 여행을 갔다고 하고, 김태호 의원은 선대위 회의 연락이 늦게 와서 다른 약속에 가느라 참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족여행이나 지역구 행사가 대선후보가 처음 주재하는 중앙선대위 회의보다 더 중요했던 걸까요?
혹 다른 이유나 서운함이 있던 것일까요?
조금 넘겨짚자면, 혹 박 후보가 말하는 대통합이 내부에서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아닐까요?
박근혜 캠프 안팎에서는 김지하 시인, 소설가 이외수 씨, 장하준 영국 캠브리짓대 교수 등의 영입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심지어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선수를 영입했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정말 이들 모두가 캠프에 합류했다면, 진보와 젊은 층까지 아우르는 대통합 캠프가 꾸렸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한사코 캠프 합류설을 부인해 결과적으로 박 캠프의 모양새만 이상하게 됐습니다.
국민대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성급하게 진보진영을 끌어안으려 했던 것일까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상대 진영을 파고들기보다는 안방 지키기가 더 급한 가 봅니다.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민들의 향수를 자극한 데 이어 27일부터 1박2일간 광주·전남을 방문해 호남 민심 잡기에 올인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호남 홀대론'에 대해서도 직접 사과했습니다.
호남은 민주통합당 텃밭인데,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왜 이렇게 다급한 것일까요?
한 여론조사를 보겠습니다.
전남일보가 추석 전인 9월24일과 25일 실시한 광주·전남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 안철수 후보가 57.5%로 42.5%를 보인 문 후보보다 15%포인트 앞섰습니다.
물론 추세적으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오고는 있지만, 이대로 호남 민심이 안 후보에게 쏠린다면 문재인 후보로서는 안방을 내준 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문 후보에게는 지켜야 할 또 다른 안방이 있습니다.
이른바 민주화 세력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가장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경력이 바로 민주화 운동입니다.
그만큼 민주화 세력은 문 후보에게 가장 든든한 아군입니다.
어제 남양주시 모란 공원을 찾은 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자꾸 과거사 놓고 발목을 잡고 논쟁에 빠져서 미래 발전 가로막는 차원이 아니라 가해자들 용서하고 넘어가기 위해서도 진실규명과 정당한 역사 평가가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연령대로는 40~50대인 이들 역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가장들입니다.
이들이 대선 후보에게 원하는 것은 어쩌면 민주주의뿐 아니라 정년을 보장받고, 은퇴 후에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경제적 풍요일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후보가 40~50대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민주화 세력이라는 안방이 흔들릴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안방을 흔드는 사람은 바로 안철수 후보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호남의 승기를 굳히기 위해 어제 이희호 여사를 찾았습니다.
이희호 여사를 만나고 나온 안철수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사실 연휴동안 번거로우실 거 같아 조금 늦게 인사드렸는데, 여러 가지 좋은 말씀 많이 하셨습니다. 격려의 말씀도 하시고, 저도 (국민의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그때 추억들도 말씀드리고, 많은 따듯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왠지 이희호 여사가 안 후보에게 '격려의 말씀을 하셨다'는 말에 무게가 실린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 분의 뒷애기를 들어보면 이희호 여사는 안 후보에게 '야권이 통일돼야 한다. 한 사람이 나와서 여당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야권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안철수 후보에게 부담됐을까요?
혹 안철수 후보로 후보 단일화가 되더라도 야권 단합을 위해 무소속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뜻일까요?
여기까지 해석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희호 여사의 말은 안 후보에게 결코 가볍게 말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안 후보가 호남 못지않게 공을 들이는 곳은 자신의 고향인 부산 경남입니다.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문재인 후보 역시 이곳이 고향인지라 세 사람의 대결이 관심입니다.
부산 지역 신문인 국제신문이 지난 25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는 46.6%, 문재인 후보는 50.8%로 나타났습니다.
부산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선 여론조사는 처음입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박근혜 후보와 45.5%와 47.2%로 근소하게 따라붙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분명히 박근혜 후보입니다.
그러나 전국 지지율에서 문 후보에게 앞서는 안 후보가 부산에서 뒤지는 것 또한 안 후보로서는 신경 써야 할 대목입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의 특징으로 부동층이 많이 줄어든 것을 꼽습니다.
세 후보가 모두 초박빙을 보이는 것이 이유인 듯싶습니다.
그러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진 박 후보를 제외하고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이동 가능성이 큽니다.
안방을 지키면서, 상대의 심장부를 파고들어야 하는 절박함이 엿보입니다.
물론 박 후보 역시 고정 지지층을 벗어나 중도 진보 진영으로 외연을 확장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의 전략이 성공할까요?
올해 대선은 섣불리 누구의 승리를 점치기가 아예 불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