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코 앞에 두고 안철수 후보에게 좋지 않은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니 검증이야 뒤따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하필 추석이 코 앞 인지라 안 후보 캠프에서도 긴장하지 않을 없을 것 같습니다.
추석 민심은 이번 대선의 첫 분수령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부인 김미경 교수의 다운계약서 시인에 이어 자신이 직접 산 아파트도 다운계약서를 썼다고 시인했습니다.
2001년 서울 사당동 한 아파트를 2천2200여만원에 팔았는데, 안 후보는 이 거래가격을 1/3 수준으로 낮춰 직접 계약서를 썼다는 겁니다.
당시 안 후보로부터 직접 아파트를 매입한 이모 씨의 증언입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서울시 동작구
- "(얼굴이) 나가면 안 돼요. 지금 저희 집이 그분(안철수 후보) 집이에요 옛날에…부동산에서 소개해서 도장을 찍고 할 때 직원이 (안철수연구소) 사무실까지 와주라 해서 갔었어요. 안철수 씨한테 최종적으로 컨펌을 받은 것 같아요."
이 아파트는 안 후보가 서울대 대학원 재학 시절인 1988년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입주권인 일명 '딱지'를 사 매입한 것입니다.
'딱지'를 통해 매입한 아파트를 또 '다운계약서'를 써 판 겁니다.
부인 김미경 교수가 다운계약서를 쓴 것과 안 후보 본인이 직접 다운계약서를 쓴 것은 또 다른 차원인 것 같습니다.
물론 2006년 전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합법적 절세 방법이었고, 일반적인 관행이었습니다.
안 후보 쪽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고, 항변할 법도 합니다.
그런데 안 후보는 그런 변명이나 해명도 없이 그냥 사과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대선후보(어제)
-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사과드립니다. 정말 앞으로 더 엄중한 잣대로, 기준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과 멘트는 너무나 짧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더 묻고 싶었지만, 기자회견은 그냥 끝났습니다.
안 후보에게도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따져 물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무조건 사과한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까요?
어제 뉴스 M과 인터뷰한 윤태곤 안철수 후보 쪽 상황팀장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윤태곤 / 안철수 후보 상황팀장
- "사실 관계에 대한 다툼은 없는 것이죠. 언론에 나온 것이 그 당시 합법이냐, 불법이냐 구구한 얘기가 있을 수 있지만 안 후보와 캠프에서는 그것과 무관하게 잘못된 일이라고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그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했는데 그러면 어떤 입장이냐? 잘못된 일이고, 사과드린다, 더 엄정한 잣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 뭐 이 정도니까 말을 문장을 늘여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저희가 밝힐 수 있는 것은 많이 밝혔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안 후보의 검증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협박' 논란에 놀란 탓인지, 직접 의혹 제기를 하지 않고는 있지만 비판 여론을 확산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서병수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병수 / 새누리당 사무총장
- "가족 탈세 자기 표절 논문, 논문 무임승차 논란까지 드러났는데 안철수 후보의 진심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궁금해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는게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정치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보면 안철수 후보가 바뀌어야 우리 세상이 바뀐다는 건 아닌가 하는게 국민들 생각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후보를 감쌌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오늘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검증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안 후보에 대한 편파검증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검증이 이뤄진다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또 지난 시기에 다운계약서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잘못이 없다고 여겨지던 시절에 이뤄졌던 일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잘못이라면 잘못을 지적해야겠지만, 당시의 상황도 감안해 가면서 평가해야 합니다. 본인의 해명과 반론도 함께 무게가 실어져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에 안철수 후보는 어떤 존재일까요?
야권 단일화를 위해 경쟁을 해야 할 상대일까요?
아니면 대선 승리를 위해 손을 잡아야 할 동지일까요?
아마도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상처를 입지 않고 후보 단일화 링에 오르고, 그 경쟁에서 본인이 승리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안 후보가 중도 포기하거나, 깊은 상처를 입고 링에 오른다면 단일화 효과가 없다고 느낄 법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아마 이런 정치공학적 셈법은 틀렸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경쟁 상대이지만, 그 경쟁 상대에게 누군가 부당한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면, 그건 자신의 유불리를 떠나 잘못된 것이라 자신있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내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래만에 떨어졌던 친지 가족이 모일 것이고, 늘 그렇듯 정치는 빠질 수 없는 대화거리겠죠.
사람들은 서로 묻고 때로는 논쟁을 할 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추석 민심은 그렇게 대선으로 가는 길에 힘겹지만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깔닥고개인 셈입니다.
추석이 지난 뒤 누가 웃을까요?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