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13차례 지역 경선에서 모두 승리했고, 누적 득표율도 과반을 넘겨 1차에서 모두 것을 마무리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쪽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과 '문 후보의 진정성'이 승리 요인으로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 그리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여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것입니다. 저 문재인, 늘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과 손잡고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이 기대고 싶을 때 어깨를 내어주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화두는 '사람'입니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을 위해 일자리 혁명,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새로운 정치, 평화와 공존의 문을 열겠다고 하는 것도 그 맥락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에서 이제는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자 도전하는 문재인 후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그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 열쇠는 아마 안철수 원장과 후보 단일화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재인 후보도, 안철수 원장도, 홀로서기를 해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연대와 단일화는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선출되자마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의 연대가 이제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정권교체를 위해서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 연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국민 열망이기도 하고 단일화는 꼭 이뤄내겠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제가 당연히 만나서 지지와 협조 부탁하겠습니다. 만약 출마 선언한다면 그땐 시간을 좀 드려야겠죠?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 그걸 통해 반드시 단일화해내겠습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그랬듯, 문재인 후보 역시 대통령 그 자체가 꿈이 아니었다고 강조한 점이 바로 그렇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서울 지역 경선에서 한 연설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대선후보(9월15일)
- "저는 대통령 되기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제 삶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운 정치를 위해, 그리고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새로운 시대를 위해,
제게 요구되는 역할을 피하지 않겠다는 소명의식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제 삶의 목표가 아니다'라는 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얼마 전 충남의 한 시골 마을을 갔다가 한 말입니다.
안 원장은 그때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피하지 않겠다는 소명 의식'을 강조한 문 후보의 말과 '자신은 호출당한 케이스'라는 안 원장의 말도 비슷합니다.
안 원장이 지난 4월 한 얘기를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4월4일 경북대 강연)
- "제가 뭘 얻을 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 내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까를 갖고 결정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해하시는 분들은 욕심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실 텐데. 정말로 저는 제 말은 해석이 필요 없어요. 투명하게 말하는 것이고 해석하시려다 보니 복잡해지셔서 스텝이 꼬이는 거지. 몇 개월 사이에 제가 50년 살아왔던 게 전부 바뀌겠어요? (대선 출마는)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고 저한테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없습니다."
두 분 다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라고 하니 어쩌면 단일화는 쉽게 이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면 담판을 통해 금방 '단일 후보'를 선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을 둘러싸는 세력과 정치적환경은 매우 복잡해 단일화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전망이 더 많습니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 쪽은 '담판'을 원합니다.
여론조사나 경선을 하는 것은 현행 당헌 당규를 고쳐야 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고, 그 과정에서 룰을 둘러싼 갈등으로 양 진영이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판을 한다면 문재인 후보로서는 후보를 양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1야당의 후보가 개인적인 결단에 의해 후보직을 양보하면 당의 존재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당내 반발을 불러올게 뻔합니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거나 안 원장이 권력을 잡았을 때 민주통합당에 일정 지분을 준다면 모를까, 그런 조건 없이 순수하게 후보직을 양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안 원장 쪽은 홀가분합니다.
얽매일 조직이나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 원장이 양보했을 경우, 과연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꺾을 수 있느냐는 다시 의문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통합당 유권자들은 안 원장이 단일후보가 돼도 그대로 안 원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이니까요.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을 경우, 안 원장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를 그대로 지지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안 원장 지지자들은 조직화하지도 못했고, 중도 성향의 보수층도 많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때, 이들이 과연 문재인 후보를 찍어줄까요?
이런 얽히고설킨 변수 때문에 문재인 후보 쪽은 '담판'을 원하고, 안철수 원장 쪽은 '경선'을 선호할 법합니다.
안철수 원장 쪽은 이르면 이번 주 국민 보고대회 형식으로 대선 출마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뜻밖에 불출마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안팎의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후보 쪽에서는 10월 한 달은 각자 열심히 활동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11월25일 대선 후보 등록 전에 후보 단일화를 했으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그래야 단일화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안철수 원장이 너무 일찍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지금 고민이 깊은 것은 문재인 후보보다는 안철수 원장 쪽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1997년 김대중-김종필 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그리고 지난해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에 이어 거대한 단일화가 또 있을지는 이번 대선의 백미로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단일화는 어떻게 이뤄지고, 그 단일후보는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 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