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사건에 대한 발언과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협박'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후보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다며,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말했습니다.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을 사형에 처한 1975년 대법원 판결과 이 판결을 전면 뒤집어 무죄를 선고한 2007년 재심 판결을 의미한 듯합니다.
박 후보는 두 판결이 서로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은 2007년 재심 판결이 최종 판결이라며, 박 후보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대법관 출신의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과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도 박 후보 발언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2007년 재심 판결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대통령 후보가 법 체계를 흔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런데 또 다른 실수를 했습니다.
박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9월11일)
-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 여러 증언을 하고 있다. 최근의 여러 증언까지 감안을 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박 후보가 말한 증언이란 박범진 전 의원이 인혁당의 실체가 있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을 말합니다.
결국, 박 후보는 1차 인혁당 사건과 사법살인이 저질러진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혼동해 말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비판자들이 곱게 넘어갈 리 없겠죠?
당 안팎에서 박근혜 후보 발언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은 어제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인혁당 발언과 관련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습니다.
홍일표 대변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홍일표 / 새누리당 대변인(9월12일)
- "박근혜 후보도 유신의 그늘 있을 때 민주주의 위축됐다는 거 인정한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박 후보 표현에 오해 있었다는 거 인정하고 또 역사와 관련해 표현이 미흡하다는 것도 경청하고 있다. 헌신해 온 모든 이들에 새누리당은 깊은 존경심 있다. 희생하고 손해 입은 분에게는 안타까움을 전한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홍일표 대변인의 논평이 있은지 얼마 안 돼 박근혜 후보는 '홍 대변인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사과했다는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홍 대변인은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지만, 정작 박근혜 후보에게 사과 브리핑이 사전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혼란이 커지자 이상일 공동대변인은 한밤중에 다시 브리핑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이상일 / 새누리당 대변인(9월12일)
- "(박근혜) 후보의 생각은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이상일 대변인의 논평에 '사과'라는 말은 없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여전히 인혁당 사건 발언과 관련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걸까요?
당내에서 이런 엇박자가 나오는 것은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안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일까요?
우려와 걱정이 너무 크다 보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과 탈출구의 방식을 놓고 사람들의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그것을 정리할 사람은 역시 박근혜 후보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직면한 위기는 또 있습니다.
바로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이른바 '안철수 협박' 진위 공방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말만 믿고 사적인 친구 대화를 침소봉대하는 것이야말로 구태 정치라고 오히려 역공을 폈습니다.
지난 7일 박근혜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9월7일)
- "뭐 어제 뉴스를 보니까, 뭐 서로 오랜 친구라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그러는데 그런 걸 이렇게까지 확대하여 해석하는 건 저는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왜 그랬다고 보세요?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무답)
'안철수 원장에 대한 협박이냐', 아니면 '친구 간의 사적인 대화냐?'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것 같았던 분위기는 정준길 전 위원이 탔다고 하는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확 바뀌었습니다.
정 위원은 금태섭 변호사와 전화통화할 때 자가운전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택시 기사의 증언은 시간과 장소 등 너무나 구체적이었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택시기사
- "친구 간의 대화라고 전혀 생각 안 했고. 저는 일상적인 대화라고 생각 안 하고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도대체 저런 말을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행기록, 블랙박스, CCTV 화면까지 공개되자 정준길 전 위원은 택시를 탄 게 맞는다며 물러섰습니다.
정 전 위원은 어젯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3일 저녁 지인들과 식사를 하면서 제 차량을 선거사무실에 둔 것으로 착각하고, 4일 오전 선거사무소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가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을 타고 여의도 사무실로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착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법대 출신에다 특수부 검사까지 지낸 똑똑한 사람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해서, 이렇게 중요한 전화통화를 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해 착각했다고요?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 몫입니다.
새누리당은 '택시를 탔느냐 안 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이 '협박'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돌출행동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뉴스 M과 인터뷰한 홍일표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일표 / 새누리당 대변인(MBN 뉴스M)
- "당과 상의해서 위임을 받아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성격이 택시를 탔느냐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택시를 탔다'는 정 전 위원의 뒤늦은 시인으로, 협박이 아니라 친구 간 사적 대화였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는 겁니다.
협박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면, '사적인 대화를 침소봉대하는 것이야말로 구태 정치'라고 말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은 뭐가 될까요?
어쩌면 박근혜 후보가 또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참에 국가기관이 안철수 원장을 사찰하고 이 정보를 새누리당에 넘겼다는 정황까지 주장하며, 공세를 확대할 할 태세입니다.
어제 뉴스 M과 인터뷰한 민주통합당 진상조사위원회 간사인 송호창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민주통합당 의원
- "네거티브를 위한 팀이나 조직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박근혜 캠프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소상히 보여주고 해명하는 것이 먼저 순서라고 보고요. 그런 것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으니까 계속 의혹이 나오는 것이고, 더구나 경찰에서 사찰했다는 것이 오늘 언론에서 녹취록까지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정 위원의 개인적 돌출행동이라 하더라도, 박근혜 캠프에서 조직적 움직임이 있는지는 별도로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갑자기 악재가 잇달아 터지는 박근혜 후보.
이런 악재에도 박 후보의 지지율은 끄떡없을지도 모릅니다.
워낙 견고하니까요?
그런데 지지율에 드러나지 않는 중간 부동층의 마음도 그럴까요?
박 후보에게는 40% 중반의 확고한 지지층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정하지 못한 3~4%포인트의 부동층 마음도 무척이나 중요한데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