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5.16과 유신 체제입니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5.16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역사적 선택이었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7월16일)
- "그 당시로 돌아갔을 때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끝에서 2번째로 힘들게 살았다. 안보가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로선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 그 후에 나라 발전을 돌아볼 때 5.16이 오늘의 한국 초석을 만들었다. 바른 판단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보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5.16에 대해 당시로써는 불가피했다고 보는 분들과 그리고 '민주 정부를 무너뜨린 군사 쿠데타일 뿐이라'고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신은 또 다른 문제인 듯싶습니다.
5.16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들조차 유신은 잘못됐다고 보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유신 체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듯합니다.
유신체제의 어두운 그늘을 상징하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답을 제가 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혁당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대규모 지하조직에 의한 국가전복 기도가 있었다며 23명을 구속한 사건입니다.
이 가운데 8명은 1975년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다음 날 형 집행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 대법원은 인혁당 사건은 조작된 공안 사건이라며 무죄선고를 내렸습니다.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는 8명에 대한 사형 집행날인 1975년 4월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할 정도로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말한 두 가지 대법원 판결이란 1975년 첫 판결과 이후 2007년 판결을 말합니다.
박 후보는 두 판결이 서로 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1975년 판결이 잘못돼 2007년 재판결로 사법부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두 가지 판결은 존재할 수 없다며, 재심에 의한 대법원의 최종적인 견해가 최종결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는 물러설 뜻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오늘 아침에 한 말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 여러 증언을 하고 있다. 최근의 여러 증언까지 감안을 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박 후보의 발언은 박범진 전 의원 등 일부 사건 당사자로부터 인혁당 사건이 실체가 없는 허무맹랑한 조작은 아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민주통합당은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유인태 / 민주통합당 의원
- "(박 후보는) 아버지 때 피해를 본 분들께 죄송하다고 했는데, 무슨 부관참시를 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나. 당은 박 후보의 발언을 묵과해선 안 된다. 대법원 판결 전 이미 사형 집행에 착수했고 이분들은 영문도 모르고 잡혀가서 사형을 당할 때까지 가족면회 한 번 못했다. 박 후보가 하는 짓을 보면 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 작자들보다 더 한 것 같다"
외부에서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박 후보는 요지부동인 듯합니다.
박 후보는 현재의 역사인식 논란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여기에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달 20일 대선 후보 수락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8월20일)
- "정치권에서 국민이 생각 다양한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라 옳다 그르다 끝이 없이 몰아간 다는가 하면 국민 분열시키는 거 아닌가. 저는 정치권에서 그 문제를 계속 해야 할 일 뒤로 제치고 민생도 제치고 싸우고 옳으니 그리니 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확고부동한 지지율도 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 MBN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0%대 중반에서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박 후보가 역사 인식과 관련해 모호한 대답을 해도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런 지지율 때문에 박 후보가 역사 인식 문제를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걸까요?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
- "(굳이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주 안정적으로 초박빙에서 위태롭게 승리하는 것보다 아주 안정적으로 승리,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박근혜 후보가 눈 딱 감고 역사 인식 문제에 이 의원님 조언을 따르면 좋을 텐데요?
박근혜 후보 생각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하는 것은 자신의 바꾸기 어려운 거 아니냐, 이럴 수 있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박근혜 후보도 70년대에 대학 생활을 주로 다니신 분이고 하니까 이런 역사의식의 공유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 부분이 있어서 보다 객관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선 막판 초박빙이 계속되고, 역사인식이 지지율 상승의 장애물이라고 여겨진다면 박근혜 후보가 역사인식의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선 막판 역사인식의 변화를 주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정치공학적 계산도 할 법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 뻔히 들여다보이는 속내로 치부돼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야권은 대선 막판까지 역사 인식문제를 물고늘어질 게 뻔합니다.
박 후보는 지금 40% 중반의 확고한 지지층을 잃지는 않겠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3~4%포인트의 새 지지층 확보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대선은 99일 남았고, 박근혜 캠프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