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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라고 하는 유력 대선후보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갔고, 민주통합당은 내일부터 대선 후보를 뽑는 본경선을 시작합니다.
추석은 다가오고 있고, 안철수 원장에게는 대선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결심을 밝혀야 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셈입니다.
안철수 원장은 아직도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히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이미 결심은 굳혔는데,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발표 시기만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걸까요?
민주통합당과 범야권은 안철수 원장이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말합니다.
이제 와서 '대통령직에 자신이 없으니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며, 은근슬쩍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재야 원로들이 어제 성명을 통해 안철수 원장에게 정권교체의 책임을 지운, 그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재승 / 변호사
- "우리는 안철수 교수에게 공식 출마선언을 서두르라고 다그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제는 그가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으며, 설혹 야권 단일후보가 안 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그에게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공식 선언 이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더욱 구체화하고, 동행집단에 대한 검증과 피드백을 활발히 수용하며, 다른 진보개혁세력과의 협력방안에 대해 그 또한 착실한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안철수 원장이 이제는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는 말을 어떻게 보십니까?
안 원장 쪽 유민영 대변인은 진보 원로들의 성명이 나오자마자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 원로들의 말씀도 경청하겠다. 안 원장이 백낙청 교수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한가지궁금함이 생깁니다.
백낙청 교수는 안철수 원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에 기여하라는 말을 분명히 했을 텐데, 왜 또 공개 성명을 통해 다시 한번 안 원장의 결심을 촉구했을까요?
오래전에 만났다고는 하나, 혹시 안철수 원장이 백낙청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넌지시 밝힌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백낙청 교수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성명까지 발표한 걸까요?
어쩌면 소설 같은 얘기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백낙청 교수를 비롯한 범야권과 민주통합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안철수 원장이 야권에 대한 지지 선언 없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겁니다.
야권으로서는 악몽 같은 얘기입니다.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 역시 안철수 원장과 힘을 합쳐야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니까 말입니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8월17일)
- "어쨌든 이제 안철수 그 세력과 저희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그러면 정권 교체는 꼭 될 거다, 그렇게 믿고 있고 또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민주 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우리 당내 경선이 끝나고 나면 그분과 단일화를 위한 경쟁이 필요하다면 해야 할 텐데, 단일화 경쟁에서 저희가 이길 수 있도록 반전을 꾀해야죠.
(앵커) 출마 선언을 할 거라고 보십니까?
(문재인 후보) 지난번에 내신 책을 보니까 그런 마음을 많이 굳힌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안철수 원장도 귀가 있으니 이런 말을 듣고 있겠죠.
그렇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말도 인정할까요?
안 원장은 사람들이 뭐라하든, 자신의 한 말을 지키듯 곳곳을 돌며 국민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40대 부녀자들을 만나고, 60~70대 어르신들을 만나고, 자활센터 근로자와 사회복지사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사실상 대권 행보라 해도 굳이 틀린 말은 아닐 듯싶습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굳혔다는 뜻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안철수 원장의 말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또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측근으로 불리는 금태섭 변호사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금태섭 / 변호사(8월17일)
- "지루한 분이라고 얘기가 나온 것은 사실은 안이랑 속이랑 겉이 똑같고 어디 가서 하시는 말씀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믿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말씀드린 건데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신뢰를 하는 부분은 주변의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도 결정을 굉장히 신중하게 합니다. 그런 면에서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한다 하더라도 안에서 결정해 놓고 밖에 시기를 결정한다거나 그러지 않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신 그대로라고 생각을 합니다."
금 변호사의 말은 안 원장이 이미 마음속으로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는데,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느라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금태섭 변호사의 말이 맞는다면, 안철수 원장은 아직도 결심을 굳히지 못했다는 말이 됩니다.
안철수 원장이 어제 한 말도 의미심장합니다.
안철수 원장은 어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로 국민이 원하는 정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두 분 다 쉽지 않지만 필요한 일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애초 안철수 원장이 정치 참여에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여든 야든 정치인들이 공동체 이익은 제쳐놓은 체, 진영 논리에 휩싸여 서로 싸우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쪽 모두를 자극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진짜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였습니다.
지난 3월27일 서울대 강연에서 안 원장이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3월27일)
- "제가 사회발전에 얼마나 도움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관점에서 모든 걸 봤다. 그랬더니 어떤 분들은 우유부단이라는 표현 쓰더라. 만약 내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한 분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 거지 않느냐. 만약 하겠다고 하면 서로 공격의 대상이지 긍정적 역할은 못하는 거다. 나의 역할은 이 자리에서 있으면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쇄신노력 다하게 하면…"
이런 안 원장이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놓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며 모두 칭찬했으니, 이제 안 원장이 말한 정치인들을 자극하는 역할은 모두 충족된 셈일까요?
안 원장 스스로 대선에 나올 명분이 약해졌음을 인정한 걸까요?
물론 박근혜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과 문재인 후보의 긍정적 평가 하나만으로 안철수 원장이 바라는 정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할 수 없으니,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한다 해도 '말 바꾸기'라고 욕할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안철수 원장의 속내를 엿보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해도 어렵고, 행간의 숨은 뜻을 찾기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냥 조용히 안철수 원장 스스로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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