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딸이, 또 여성이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83%가 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터라,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수식어는 본선에서 진다면, 빛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후보에게 진짜 도전은 이제 시작된 셈입니다.
박 후보는 어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변화를 유독 강조했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이제 저 박근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새누리당이 당명까지 바꾸면서 새로 출발했듯이 비장한 각오로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에게 남아있는 불신, 그 어떤 것이라도 털어내고, 과감하게 개혁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변화는 뭘까요?
그의 수락 연설을 보면, 박 후보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과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바꿔 100%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박 후보는 또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측근비리, 정치 부패 등에 대한 과감한 개혁의지를 천명했습니다.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정치쇄신특별기구 창설도 제안했습니다.
박 후보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립니다.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감히 털고 가겠습니다. 진정한 개혁은 나로부터,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강조하는 변화와 새로운 개혁은 분명히 대한민국을 바꿔 놓겠다는 비전입니다.
역대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얘기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박근혜 후보가 바꾸겠다는 대한민국의 변화상에도 관심이 있지만, 그 못지않게 박근혜 후보 스스로 바뀔지도 많은 관심이 있는 듯합니다.
진정한 개혁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 박근혜 후보의 말이 진정성 있게 실천될지 관심이 있는 듯합니다.
어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한 내용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사람은 미래지향적으로 변하는 건 항상 필요한 거 아닌가. 저는 어떤 경우든 국민 삶을 제 정치의 중심에 두고 국민 삶 편안하고 안정시키려고 제가 바뀔 필요가 있으면 바꿔야 한다는 생각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캠프 안팎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박근혜 후보 스스로 바뀌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들립니다.
원칙과 신뢰를 목숨처럼 여기는 이미지가 때로는 불통 또는 강한 보수성으로 비치는 것, 그리고 5.16과 유신체제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수도권과 2040세대의 마음을 열어야 청와대 문도 열리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인식됐던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자 스스로 바뀔 수 있을까요?
일단 불통과 고집의 이미지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상당히 억울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박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후보
- "(기자)불통과 고집의 이미지가 있는데
(박근혜 후보) 낙인찍기 아닌가. 불통의 실체가 있느냐. 자꾸 몰아가고 만들어가고…말을 만들어서 그런 사람으로 채색을 하는 것 아닌가"
박 후보는 그러나 억울하지만, 변화를 원하면 바꾸겠다는 그 가능성까지 닫아두진 않았습니다.
5.16과 유신체제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박 후보의 변화는 더딘 듯합니다.
박 후보의 말을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후보
- "5·16에 대해 몇 년간을 혁명이라고 나온 적도 있고, 군사정변 쿠데타라고 나온 적도 있고 다양하게 기술되고 바뀌었습니다. 학생은 교과서대로 배우겠죠. 정치권에서 국민이 생각 다양한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라, 옳다 그르다 끝없이 몰아간다든가 하면 국민 분열시키는 것 아닌가. 저는 정치권에서 그 문제를 계속 하는 게, 할 일 뒤로 제치고 민생도 제치고 싸우고 옳으니 그리니 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 후보는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과거로 자꾸 가면 한이 없다'
박근혜 후보가 목격하고 경험한 과거와 우리가 직면한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미래는 분명히 다른 모습입니다.
비판론자들과 야당은 박 후보 스스로 변하지 않은 채, 현재와 미래의 변화만 얘기하는 것은 거짓이고, 모순이라고 지적합니다.
박 후보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얽매여 변화를 거부하는데 어찌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느냐고 비판합니다.
박 후보는 이런 비판론자들의 말을 귀담아들을까요?
100% 모두를 아우르는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어쩌면 네거티브 공격이라 하는 그 비판조차 수용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후보가 바꾸겠다는 대한민국, 그리고 이를 위해 박근혜 후보 스스로 바뀌겠다는 말이 어떻게 실천될지 궁금해집니다.
박근혜 후보에게 놓인 최대 숙제를 어떻게 풀지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