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누리당 대구 경북지역 연설회는 이런 의구심을 낳을 만했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지난 연설회에 이어 박근혜 후보가 고 최태민 목사와 앉아 있는 사진이 담긴 동영상을 틀자 객석에서는 야유와 고함이 쏟아졌습니다.
연설 전 객석을 돌며 인사하다가 한 남성으로부터 멱살까지 잡혔습니다.
그 모습을 잠깐 보겠습니다.
<김문수 후보 홍보 동영상>
<김문수 후보 멱살 잡힌 동영상>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걸까요?
새누리당 경선이 박근혜 후보 독주로 가면서 합동연설회장에서는 '9대1이다' '이건 경선이 아니라 추대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박 후보 지지자들이 '9'이다 보니, 다른 후보들이 연설하면 야유와 고함이 쏟아지고, 박 후보 연설이 끝나면 청중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일쑤입니다.
비박 후보들이 '박근혜 때리기'를 더 하면 할수록,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감정은 더 격해질 수밖에 없겠죠.
과연 박근혜 후보와 비박 후보들이 경선이 끝나고 나서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박근혜 후보도 경선 열기가 자칫 잘못된 파국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듯 보입니다.
어제 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우린 한가족'이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경선 후보
-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다섯 후보 경쟁할 땐 경쟁하지만, 하나 될 땐 하나 돼야 합니다. 모두가 정권창출 이룰 주역들입니다. 저는 네 분과 힘을 모아 정권 창출 반드시 하겠습니다."
박근혜 후보 말대로 정말 이들은 '한가족'일까요?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각 후보진영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 첫날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범위를 놓고 박근혜 후보 측은 현영희 사건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비박 측은 4.11 총선 전반에 대한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맞섰기 때문입니다.
정우택 최고위원과 김문수 후보 측 진상조사위원인 김용태 의원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8월9일)
- "(4.11총선) 그 전체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고 이것에 관련된 것은 현영희 의원이 비례 대표 될 때 현기완 의원한테 공천 헌금인지 공천과 관련되는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범위에서 조사하는 것이지 전 공천 심사위원 위라든지 공천 된 지역구 의원까지 조사한다든지. 이런 것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아닙니다."
▶ 인터뷰 : 김용태 / 새누리당 의원(8월7일)
- "(조사 범위를 현영희 사건에 한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요. 지금은 지난번 현영희 사건을 포함해서 공천 전반에 대해서 전 국민적인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진상 조사 위원회가 활동해야지 이 건만 한다면 무의미합니다. 진상 조사위원회는 있으나 마나입니다. 그야말로 국민에게 쇼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정말 이들은 '한가족'일까요?
아니면 '한 지붕 다른 가족'일까요?
한가족임을 강조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입니다.
이해찬 대표는 어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안철수 원장이 독자 후보로 나와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며,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8월9일)
- "아까 말씀드린 50%가 넘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그분들의 뜻은 단일화해야 된다는 것이거든요. 단일 후보가 나오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을 지금부터 잘 생각을 해서 10월에 가서 단일화할 수 있는 길을 우리가 찾아야죠.
(박근혜, 민주통합당, 안철수 3자 구도) 그것 가지고는 어려울 겁니다. 진정으로 한다면 그 구도로는 어렵고 새누리당은 고정 지지를 40% 가까이 가지는 당이거든요. 그런 나머지를 가지고 40%를 먹어야 하는데 분열돼서는 어렵죠. 기본적으로 최저 새누리당은 40% 이상은 내려가는 법이 없습니다."
정말 안철수 원장과 민주통합당은 이해찬 대표의 말대로 '한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할까요?
그러나 안 원장 주변에는 제3의 세력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과거 세력과 단절하고 미래를 이끄는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유혹이 있겠지만, 독자 출마가 옳다'며 무소속 출마를 주장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사실상 대선출마 쪽으로 기울면서 안 원장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됐던 '나철수' 뿐 아니라 '철수 사랑', '철수 산악회' 등등 이름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안 원장 측은 이들 단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들 단체는 안 원장 이름을 내걸며 저마다 정치활동을 하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정운찬 전 총리가 '함께하는 세상 포럼, 철수처럼'이 주최하는 모임에 강연자로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운찬 전 총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정운찬 전 총리 역시 안철수 원장과 '한가족'이고 싶어하는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지난 8일 MBN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정운찬 / 전 총리(8월8일)
- "저는 책이나 말도 중요하지만 둘이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 제 생각을 정리할 수가 있겠습니다만 현재까지는 둘이 따로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앵커) 물밑에서의 오가는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까?
전혀 없다고 말씀드리면 거짓말이고 조금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운찬 전 총리와 안철수 원장이 한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안 원장이 제3의 세력으로 대선에 나올까요?
안철수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와는 한가족이 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원장이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한 국민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안 원장의 결정이 무엇인지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저마다 '한가족'을 이루기도 하지만, 정치권에서 한가족이 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