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친박계는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끌었던 만큼 대선 가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어젯밤 긴급 회동까지 했습니다.
친박계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내용을 보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을 맡았던 현기환 전 의원은 현영희 비례대표 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3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현기환 전 의원은 부산 지역의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직후보자추천위원으로 발탁됐습니다.
그를 뽑은 것은 바로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었습니다.
그만큼 신뢰가 두터웠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국민에게 거듭 약속한 것이 바로 깨끗한 정치, 쇄신, 공천혁명이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2월23일)
- "우리 당에서는 공천 관련해 어떤 불법도 있어선 안 됩니다. 만약 이런 일 발생하면 즉각 후보자격 박탈할 것입니다. 공천은 정치쇄신의 단초입니다. 첫단추 잘못 꿰면 옷 잘못 입습니다. 깨끗한 공천 지원단 통해 적절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지금 공천위서 지역구 후보 중심으로 본격 심사 진행 중인데 비례대표 후보는 아직 심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서 마치 몇몇이 비례대표로 결정된 것 같이 보도돼 당내 국민 모두 혼란 주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어보면,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도 비례대표와 관련해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던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소문의 중심에는 공천 심사위원인 몇몇 친박계 인사들의 이름도 오르내렸습니다.
모두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신뢰가 두터웠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신뢰가 두터웠던 친박계 인사가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졌으니, 친박계는 물론이거니와 박근혜 후보 역시 사실상 '멘붕' 사태에 빠졌을 법합니다.
당사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현기환 전 의원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현기환 / 새누리당 전 공직자 후보추천위원
- "빨리 소환해서 조사해라. 사실인지 아닌지 국민에게 밝혀져야 제 개인 명예와 당의 명예 대선후보에게도 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현기환 전 의원은 오늘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돈을 줬다는 현영희 의원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현 의원은 예비후보 시절 수행비서였던 정 모 씨가 비례대표 당선 뒤 4급 보좌관으로 채용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음해성으로 선관위에 신고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정 씨의 허무맹랑한 음해일까요?
선관위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선관위는 그동안 정 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의 계좌내용과 정황을 파악했고, 정 씨 주장이 상당 부분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발장이 100쪽이 넘을 정도로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제출했습니다.
공은 사실 확인을 해야 하는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박근혜 후보 역시 답답한 심정이지만,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어제 박근혜 후보가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
- "당연히 검찰에서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주장이 다르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확실하게 의혹 없이 밝혀야 하겠죠."
그러나 상황은 검찰 수사를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야당은 벌써 박근혜 책임론을 들고 나와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
- "이 문제에 대해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천장사 한지 알았다면 그건 더 문제고 몰랐다고 해도 큰 문제입니다. 밑에서 이렇게 해먹고 있는데 몰랐다면 대통령 되면 어떤 일 발생하겠습니까? 집권하기 전에 벌써 공천장사하면 집권하고 나면 아예 공기업을 팔아먹는 일이 공공연하게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박근혜는 사과 한마디 안 해요 지금. 자기 밑에서 이런 일 벌어졌는데 책임자로서 사과 없고 검찰에 맡기는 남 보듯이 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 알아서 할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끌었고, 공천심사위원도 박 위원장이 선임한 만큼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친박계는 공천 헌금 사태와 박근혜 후보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박근혜 후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이 어제 MBN 뉴스 M과 가진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김재원 / 새누리당 의원(친박계)
- "돈 받은 사람이 따로 있는데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고 책임을 지게 하려는 것은 옳지 않고요.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입장에서 이게 과연 어떻게 벌어진 일이진 밝히기 위해서라도 가혹하다고 할 정도의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 수사 결과가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때만이 과연 책임이 있는지, 아닌지가 밝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직접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믿는 사람에게 발등을 찍혔으니 피해자다?
이상돈 박근혜 캠프 정치발전위원도 '당시 비대위가 외부 위원들과 쇄신파 의원들이 중심이 됐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공천위원회와 어떤 관계 같은 게 차단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위원은 '비대위가 공천 개개인에 대해 별도로 관여하진 않았지만, 공천위가 가져온 명단을 비대위가 최종적으로 확인·인준했으니 이런 문제를 챙기지 못한 책임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비대위와 공천위원회가 차단돼 있다면서도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는 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일까요? 없다는 뜻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박근혜 캠프도, 친박계도 뚜렷하게 태도를 결정하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다만, 검찰 수사결과 공천 헌금이 사실로 드러나면,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은 계속해서 박근혜 후보 측에 전달되고 있다고 합니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어제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홍일표 /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
- "(앵커) 사실로 드러난다면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은 당시 비대위를 이끌었던 박근혜 후보의 사과를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홍일표 원내 대변인) 박근혜 후보께서도 어쨌든 비대위를 책임지고 이끌었고 공천 심사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많은 힘을 쓰셨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어쨌든 어떠한 견해 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기본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지도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이 자진 탈당한다 해서 이 문제가 쉽게 가라앉을까요?
두 사람의 거취와는 관계없이 이 문제는 이미 박근혜 책임론으로 번지는 듯합니다.
어쩌면 안철수 원장이 최태원 SK 회장의 탄원서 작성에 대해 즉각 사과한 것과 비교하려는 움직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요?
대선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 험난한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