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리설주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많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여동생일까? 부인일까?
많은 추측 속에 조선중앙TV는 리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임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지난 25일 북한조선중앙TV의 보도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7월 25일)
-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인이신 리설주 동지와 함께 능라 유원지 준공식에 나오셨습니다."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국내 정보당국과 언론은 리설주의 존재를 찾으려고 분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터넷에는 리설주로 추정되는 여성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올라와 순식간에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화면 잠깐 보시죠.
<리설주 공연 모습>
어제 국회에서 있었던 정보위 업무보고에서는 리설주가 지난 2005년 인천에 왔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리설주는 당시 북한 응원단 자격으로 참석했으며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노래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리설주 공연 그림>
또 지난 2003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청소년 적십자 우정의 나무 심기'에 참가한 앳된 소녀가 리설주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동일 인물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리설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CNN 방송도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헐리우드 스타 부부인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만큼 유명해졌다'고 보도할 정도니까요.
뛰어난 외모와 노래실력을 갖춘 리설주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라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선영 / 전 자유선진당 의원(7월26일 뉴스M)
- "김일성도 그랬고 김정일도 그렇고 김정은도 그렇고. 다 연예인들을 부인으로 두고 있습니다. 부인이든 제2 부인이든. 그 까닭은 첫째 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로는 많은 사람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떨거나 주저하거나 하지 않고 당당하게 공식행사에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폐쇄된 국가에서는 연예인밖에 없는 것입니다."
리설주의 등장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김정은이 뒷짐 지고, 중절모를 쓰는 '김일성 따라하기'에 이어 리설주를 공개한 것은 북한 체제 안정과 개혁 개방을 대외에 천명한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정보위원
- "부인 리설주를 공개행사에 대동해 안정적인 지도자인 양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개혁 개방으로 나올지, 김정은 체제가 실제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리설주의 등장만으로 북한은 이미 상당한 많은 것을 얻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설주의 등장으로 북한에 대한 폐쇄적이고 반인권적인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지는 않겠죠.
그렇다 해도 리설주의 사진 한 장이 북한 주민, 그리고 바깥 세계에 던진 상쇄 효과는 김정은의 백 마디 말보다 훨씬 컸음이 분명합니다.
호기심이란 때로는 이렇게 큰 정치적 수단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호기심의 정치학은 안철수 원장에게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대선에 나올까? 나오지 않을까? 나온다면 어떤 식으로 나올까?
안철수 원장을 늘 따라다닌 이런 호기심은 안 원장의 지지율을 40% 안팎으로 유지한 열쇠였습니다.
'안철수의 생각'이 불티나게 팔리고, 출연한 한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20%를 넘은 것은 이런 호기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서서히 확신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대선에 나올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 확신은 이제 또 다른 호기심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어떤 정책을 가진 걸까?
'정치는 ?', '남북관계는 ?', '경제민주화는?' 어떤 밑그림을 가진 걸까 하는 호기심 말입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이런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뭔가 2%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명확한 공약집을 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공약집이 나올 때까지 안철수 원장에게서 눈을 떼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런 대중의 호기심도 안 원장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정치적 계산일까요?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행위는 때로는 기회주의로, 때로는 우유부단함으로 비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안철수 원장이 기회주의자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가 선출된 다음에 단일화하겠다는 것은 마라톤에서 기진맥진한 선수와 일대일로 결승점부터 뛰어 이기겠다는 의도라며, '안 원장은 정치적으로 최소한의 정당한, 공정한 경쟁을 하려는 의사 자체가 없는 분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안 원장을) 기회주의자로 지칭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안철수 원장은 대선 출마 마음을 이미 굳혔는데도,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을 저울질하느라 기회를 보는 걸까요?
안철수 원장의 우유부단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조윤선 박근혜 캠프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조윤선 / 박근혜 캠프 대변인
- "한 10달 전에는 (안철수 원장이) 서울 시장 출마 준비를 하셨고 10달 후에는 대선 출마 준비를 하셨는데요. 사실 박근혜 후보는 2007년에도 많은 준비 끝에 경선에 임했고 그 후 5년 동안 정말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전수받아 공약을 만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앞으로 5달 동안 다시 국민의 의견을 받아서 철저한 공약을 만들기가 시간이 바쁜데, (안철수 원장은)벼락치기를 하셔야 하는데 굉장히 여유 있어 보인다는 생각은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자신은 절대 우유부단하지 않다고 강변합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책을 쓴 박근우 커뮤니케이션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우 / 전 안철수 연구소 홍보팀장
- "안정된 의사를 포기하고, 돈도 안 되는 백신 개발을 했죠. 천만 불에 ‘안철수 연구소’를 안수 하려고 했는데, 단번에 ‘노’라고 했죠. 50% 지지율을 갖고 있었는데 ‘5%’를 가진 분에게 양보했죠. 이것은 결단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고, 기업가는, 포스코 이사회 의장도 했지만, 큰 기업의 경험도 있기 때문에, 기업가는 결단력이 없으면 할 수 없죠."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호기심은 때로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과 억측을 낳기도 합니다.
그리고 호기심만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는 없는 건 너무나 자명하겠죠.
리설주의 등장만으로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올 것이라 확신할 수 없고, '안철수의 생각'만으로 안 원장이 훌륭한 대선 후보라는 확신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호기심을 긍정적 지지로 바꾸는 것은 행동과 실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