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은 매우 거셌습니다.
어제 열린 새누리당 첫 TV 토론회에서는 다른 비박 후보 4인방의 질문세례가 박근혜 후보에게 쏟아졌습니다.
간간이 웃음이 보였지만, 그 웃음 뒤에 숨겨진 비수까지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먼저 김문수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얘기를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새누리당 경선 후보
- "누구를 끌어내리기 식의 국정운영이 아니라
바로 끌어올리기 식으로, 국민의 행복을 끌어올리기 식으로 해야지 끌어내리기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경선 후보
- "제 선언문을 열심히 보셨다는데, 이해를 잘못하고 계신 게 참 유감입니다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임태희 후보는 최근 박근혜 후보의 5·16 발언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5·16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박 후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역사 교과서엔 쿠데타로 규정돼 있는데, 대통령이 되면 이 교과서를 개정할 의향이 있느냐?'
박근혜 후보도 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내 발언에 찬성하는 분이 50%가 넘었다'
서로 주고받거니 오가던 설전은 박근혜 후보의 올케 서향희 씨 문제를 놓고 결국 폭발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만사올통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만사가 형통하다가 올케로 하면 다 통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빗대어 박근혜 후보의 올케인 서향희 씨도 특권을 누린다는 비판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조카가 외국에 간 것도 잘못이 많은 걸로 얘기하는데 법적으로나 뭐로도 비리가 있다면 벌써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경선에 나선 다른 비박 후보들의 질문 공세는 박근혜 후보에게 본선을 대비한 예방주사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생체기를 내 본선에서 체력을 떨어뜨릴까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회 역시 문재인 대 비문재인의 1대7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MBN이 주최한 첫 TV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을 잠깐 보시죠.
▶ 인터뷰 : 김두관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 "(문재인 후보는) 지난 총선 전까지 출마 권유를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정치를 하려면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해야 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 "이번 총선 이전까지는 저는 정치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때 정치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기회주의라고 말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줬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지 않았느냐, 정치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역공이 들어왔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참모 모두가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비켜 갔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습니다.
어제 2차 합동 토론회에서도 다른 주자들은 문재인 후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손학규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참여정부는 성공한 정부라고 해 놀랐다. 그런 자세로 정권 교체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정길 후보 역시 '입당한 지 1년도 안 돼 민주당 이름으로 의원이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끼리 깎아내리기를 할 때가 아니고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며 방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대북 송금 특검 얘기가 나오자 문재인 후보 역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박준영 후보는 '대북송금 특검으로 참여정부 시작 몇 달 후에 남북화해 세력이 완전히 분열됐다'고 지적했고, 김영환 후보 역시 '대북송금은 심각한 문제'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갈등이었던 대북 송금 특검 문제를 건드려 옛 민주당 지지세력과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려 놓으려는 의도였을까요?
문제인 후보는 특검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했지만, 답변 시간이 부족한 듯 '이렇게 하시면 안 되죠. 답해야 하니 시간을 더 달라'고 발끈했습니다.
야권보다 더 야권 같은 4명의 비박 후보를 상대해야 하는 박근혜 후보.
7명의 집중포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문재인 후보.
이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버겁겠지만, 이들에게는 또 다른 강자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안철수 원장입니다.
안철수 원장이 낸 책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안 원장이 출연한 한 예능 프로의 시청률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나왔을 당시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도 다시 안 원장은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불었던 안철수 현상이 재현될 조짐마저 보입니다.
박근혜 후보 측과 문재인 후보 측이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어쩌면 지금 치러지는 당내 경선이 아니라 바로 안 원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박근혜 캠프 쪽에서는 홍사덕, 김종인, 이상돈 교수 등 핵심인사들이 모두 출동해 안 원장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어제 MBN에 출연한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 "우선 안철수 교수라는 사람은 검증을 해 보면 그 사람의 허구성이 상당히 나타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그 분에 대해 걱정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의회의 기능을 전혀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과연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굉장히 회의적인 느낌을 받고 있어요."
이상돈 박근혜 캠프 발전 위원 역시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으로 거론되는 것이 굉장히 비상식적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별거 아니라고 애써 폄하하는 것이 오히려 안 원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일까요?
문재인 후보 역시 안 원장을 견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친노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참여정부 실패론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다면, 안철수 원장을 이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 본인은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환영한다며 여전히 공동 정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아군인 듯싶다가도 적군이 되고, 적군인 듯싶다가도 어느 순간 아군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정치권인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시~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