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표결 처리에 앞서 신상발언을 한 정두언 의원과 부결 발표, 그리고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 기자회견까지 차례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정두언 / 새누리당 의원(7월11일)
- "대통령 주변 사람들 비리 구속에 이어 형님 문제까지 더는 덮을 수 없게 되자 저까지 엮음으로써 물타기 함과 동시에 저를 제거하려는 게 시중 여론이라고 한다."
▶ 인터뷰 : 강창희 / 국회의장(7월11일)
-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입니다. 가 74표 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서 국회의원 정두언 체포 동의안은 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7월11일)
- "이번 사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오늘 국민 여러분께서 갈망하는 쇄신 국회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저는 이에 대한 책임지고 새누리당 원내대표직 사퇴하고자 합니다."
정두언 의원 신상발언에서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된 걸까요?
어제 부결은 검찰이 정두언 의원에 대해 '혐의'만 갖고 무리하게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 요청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한구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를 했고, 부랴부랴 한밤중에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을까요?
바로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한 이 말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의원(7월10일)
- "저는 그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저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한 번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켜왔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에는,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싸워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국민에게 한 번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말에서는 비장미까지 느꼈집니다.
그런데 어제 정두언 의원의 체포 동의안 부결은 이런 국민과 약속을 목숨처럼 중시한다는 박 전 위원장을 머쓱하게 했을 법합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충북의 한 여고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던 박 전 위원장은 부결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는 말이 들릴 정도니까요.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박 전 위원장이 4.11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내세운 국민과 약속입니다.
무너지는 한나라당의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바꿔달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던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엄중한 약속이었습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한 달 전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김기현 / 새누리당 원내 수석 부대표(6월7일)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관한 것입니다. 좀 더 상세히 말하면 수사기관 소환 여부가 있으면 불응하지 않고 출석하겠다. 법원의 체포동의서가 있으면 국회법에 따른 표결을 하겠다. 그리고 방탄국회를 열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제 표결은 이런 약속을 여지없이 깨트렸습니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156명의 상당수가 새누리당 의원들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물론 민주통합당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어쨌든 '불체포 특권'은 여전히 존재했고, '동료의원 감싸기'는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지난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 의원의 70%를 차지한 바로 그 친박계가 박 전 위원장이 내세운 약속을 깬 셈입니다.
새누리당은 말 바꾸기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입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신뢰 정치 이미지에도 생채기가 난 셈입니다.
박근혜 캠프 안팎에서는 이번 일로 수십만 표가 날아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쯤 되다 보니 불체포 특권 포기를 주도한 이한구 원내대표가 즉각 사퇴하고,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을 법합니다.
특히 캠프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선거운동차 지방에 내려간 것에 대해 말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박 전 위원장이 본회의장에 앉아 있었다면, 표결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자기들이 큰소리치던 특권 내려놓겠다고 했던 것은 한 달 만에 쇼로 나타났습니다. 자기들 특권 지키고 남의 특권 버리고 이런 일은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새누리당에게 비판을 가져올 것입니다. 원칙과 소신 강조하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본회의 참석이 국회의원 원칙과 소신 아닌가, 자기 선거운동, 국회의원 20명 데리고 지방 가서 내 꿈 이뤄지는 나라 말하는데 자기 꿈이 이뤄지면 뭐하나?"
게다가 어제는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심한 말까지 들었습니다.
오늘 출마 선언을 한 김문수 지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박 전 위원장을 사자에 비유하며 '지금은 토끼가 사자를 잡는 격'이라고 비유하자,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위원장은) 사자가 아니라 칠푼이다. 사자가 못된다. 박근혜는 별것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칠푼이는 뭔가 모자란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런 원색적 비난이 아들 현철씨 공천 탈락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쨌든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서는 어제 하루가 억세게 운수 없는 날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일로 박근혜 전 위원장의 '원칙과 신뢰'의 정치 이미지가 흔들릴 것으로, 금이 갈 것으로 보는 정치 평론가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상처를 입은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박근혜전 위원장으로서는 대선 출마 선언 후 맞는 첫번째 위기인 듯합니다.
박 전 위원장은 어떻게 극복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