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차 조사 때보다 더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부정 부실 사례가 드러났습니다.
투표 담당자가 아닌 사람이 투표용지에 대리 서명을 하고, 심지어 투표 담당자의 도망이나 지역 선관위 직인을 찍어 투표용지를 배부하기로 했습니다.
투표 담당자 서명이 없는데도 유효 처리한 표가 270표나 됐습니다.
선거권이 없는데도 현장 투표를 하고, 온라인 투표와 현장투표를 모두 한 이중 투표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투표에서는 동일 IP에서 최대 286표의 몰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석기 의원 역시 동일 IP에서 82표의 몰표를 받기도 했습니다.
통합진보당 당사 IP 3개에서는 미투표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것만 1,500여 회에 달했습니다.
미투표자 현황을 파악해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는 얘기입니다.
당시 당권을 장악한 쪽은 구당권파였습니다.
양기환 2차 진상조사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양기환 / 통합진보당 2차 진상조사위원
- "국민 앞에 부정과 부실 구분의 의미가 없다
부정은 부실에서 싹텄으며 부실은 부정에서 만연했다. 통합진보당 19대 비례대표 경선은 선거의 절차와 원칙이 심각히 훼손된 선거였다. 비례 경선 과정은 선거관리 과정에서부터 현장 투표 과정, 온라인 투표 과정까지 부정을 방조한 부실의 과정이었다. 선거관리의 과정은 전체 투표자의 90% 가까이 선택한 인터넷 투표에서
미투표 현황이 일부 당직자에게 독점되어 특정 후보에게 활용된 정황이 있으며 관리자 권한 무효 절차가 불투명해 부정한 정보 이용의 가능성을 낳았고 실제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전체 미투표자들을 추출하거나 수시로 투표 여부를 체크하여 결과적으로 투표 진행상황에 대한 부정 취득이 행해졌다."
이쯤 되면 이것은 공당의 투표 행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 정도로 부정과 부실투표가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신 당권파는 비례 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정 부실 선거라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거듭 압박했습니다.
통합진보당 박승흡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승흡 / 통합진보당 대변인
- "비례경선 부정 부실에 대한 국민앞에 정치적인 공동 책임을 지고 지금이라도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구당권파 측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온라인 투표 부정의 핵심이었던 소스코드 열람은 있었지만,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겁니다.
또 동일 IP에서 대량 투표가 이뤄지는 것은 국민참여당 계열이 더 많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더 큰 허물을 덮으려고 잘못도 없는 '이석기 죽이기'를 했다는 말입니다.
구당권파인 오병윤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오병윤 / 통합진보당 의원(구 당권파)
- "도둑이 매를 든 격입니다. 누가 부정했는지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부정을 한 자들이 부정을 모면하려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덧씌우는 행위는 진보 정치에서는 더는 없어야 합니다."
부실이 있었지만, 부정은 없었다는 겁니다.
또 그 부실은 자신들보다 다른 계파가 더 많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2차 진상보고서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유시민 전 대표의 말은 다릅니다.
유시민 전 대표는 동일 IP 중복 투표 통계를 보면 중복 IP를 통해 얻은 표는 이석기 의원이 28%로 최고 높은 비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 당권파는 '자기 마음에 드는 조사 보고가 나올 때까지 어떤 조사결과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설령 구당권파 주장대로 부정이 없었다 해도, 총체적 부실 속에 선거가 치러졌다면, 그 선거는 무효가 아닐까요?
그러면 그 부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사람들 역시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요?
구당권파는 특히 2차 진상보고서가 채택되기도 전에 보고서 내용을 파악해 이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구당권파는 어떻게 보고서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있었을까요?
어쨌든 구당권파가 2차 진상조사보고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으니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도 희박해졌습니다.
당 지도부가 출당과 함께 제명 조치를 시키는 방법만 남았는데, 현재 통합진보당 대표 경선을 보면 그것 역시 쉽지 않을 듯싶습니다.
신 당권파인 강기갑 후보 측과 구당권파가 지원하는 강병기 후보 측이 팽팽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강병기 후보 측이 승리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그대로 살아남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 대표는 강기갑 후보가 당선돼야만 야권연대가 가능하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자진 사퇴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고 애국가를 부인하는 그러한 세력과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함께할 수 없다는 명확한 이야기를 하니까…"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모두 야권 연대 없이는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야권 연대의 걸림돌은 이석기 의원과 구당권파입니다.
야권 연대가 무산되고, 그래서 대선에서 진다면 이 책임은 누구에게 갈까요?
이석기 의원과 구당권파는 애초부터 대선 승리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요?
오직 자신들이 살아남는 것만 관심이 있는 걸까요?
구당권파는 지금 신당권파와 언론이 이석기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은 오히려 구당권파가 야권 죽이기, 진보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이석기 의원과 구당권파에게 '진보'라는 이름표는 언제까지 유효한 걸까요?
오히려 진보를 죽이고 있는데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