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세 사람은 때로는 서로 띄우면서 때로는 서로 견제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어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두관 경남지사에게 지사직을 관두지 말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고문(6월27일)
- "김두관 지사가 나서게 되면 솔직히 가장 껄끄러운 경쟁상대가 될 것 같다. 거의 같은 지지기반 놓고 경쟁하게 될 테니까요. 저에게도 가장 부담이 되는 그런 경쟁자 될 것입니다. 다만, 지사직을 그만 두는 것은 저는 크게 아프다. 경남 도민들에게 큰 실망 줄 것 같고 자칫하면 대선 때 경남에서 지지받는데 어려움 줄지도 모르겠고 그런 우려가 있다. 앞으로 우리 쪽 후보가 되거나 가능성이 농후해지면 그때 지사직 사퇴하는 게…"
지사직을 사퇴하면 연말 대선에서 경남지사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당 후보로 확정되거나 될 가능성이 크면 그때 가서 사퇴해야지 지금 사퇴하고 출마 선언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볼까요?
현재 민주통합당 내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문재인 고문입니다.
김두관 지사와도 격차가 제법 큽니다.
그러니 문 고문의 말은 김 지사가 민주통합당 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작으니 괜히 아까운 경남지사 자리만 날리지 말라는 것은 아닐까요?
김두관 지사 측은 발끈했습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괜히 견제하지 말라는 겁니다.
김 지사를 지지하는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 지사에게 대선 출마의 십자가를 지게 한 것은 4·11 총선의 '낙동강전투'에서 패한 문 고문 자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두관 지사 측은 경남 지사직 사퇴를 계기로 지지율 반전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을 상대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김두관 지사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두관 / 경남지사(6월25일)
- "박근혜 정권 저지하고, 박근혜 가장 대척점 있는 김두관이 주공격수 맡는 게 가장 많은 득점 가능하다. 왕의 딸을 선택할지, 서민 살리고 중산층 지키며 백성의 아들 선택할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민주적 소통 능력 찾을 수 없고 네트웍에서 민주주의 없다. 뼛속까지 특권층인 박근혜에 또 속을 수 없다. 반성의 시간 살게 할 수 있는 사람 김두관 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선거 구도가 문재인, 김두관 구도로 흘러가는 듯한 양상을 보이자 손학규 고문 쪽도 공세로 나섰습니다.
우선 문재인 고문을 향해서는 자신 없는 지도자라고 혹평했습니다.
안철수 원장과 공동 정부론을 제안한 것을 놓고 '우리는 힘이 없으니 누구와 연대해 공동정부를 하겠다고 하는 자신 없는 지도자를 국민이 왜 찍어주느냐'고 비판했습니다.
또 지역구도로 똑같이 생각하는 선거는 벌써 10년 전 얘기라며 문재인 고문의 '영남후보론'을 반박했습니다.
손학규 고문을 지지하는 조정식 의원이 어제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조정식 / 민주통합당 의원
- "한 가지 좀 아쉬운 것은 좀 더 친노, 영남 후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서 더 확장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에 손학규 후보께서 당 대표에 선출 되셨을 때도 그때 '아, 손학규이어야 민주당을 구해 낼 수 있다'는 호남의 판단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아마 그런 판단들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문재인 고문이 영남 후보라고 주장하는 것이 호남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얘기를 들은 문재인 고문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영남 후보 필패론을 꺼낸 손학규 고문이 구시대적이라는 겁니다.
문재인 고문의 말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고문
- "우선 손학규 대표 말씀에 대해서 영남 후보는 안된다 라든지 호남후보는 안된다 라든지 지금 이시기에 지역을 가지고 선 긋고, 될 수 있다 없다는 이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손학규 대표와 저는 정권 교체를 이루는 것이 공동 목표인데 지금 우리는 새누리당 후보를 꺽어야 한다. 아직 새누리당 후보에게 지지율 뒤지는 게 현실인데 보다 국민적 지지 받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손학규 고문은 김두관 지사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문 고문의 대체자로 나타난 경향이 있다'며 친노 프레임으로는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고 공격했습니다.
세 사람의 불꽃 튀는 공방은 이제 시작일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점잖은 신사' 이미지를, 김두관 지사는 '뚝심과 패기'의 이미지를, 손학규 지사는 '학자·정책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재인 고문은 '권력의지가 강한' 이미지로, 김두관 지사는 '서민 이미지'로, 손학규 고문은 '전투적'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변신이 성공할까요?
3인 3색의 색채가 강하다 보니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눈치보기'를 하는 듯합니다.
대부분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고문이 가장 앞서지만, 민주당 전국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는 초박빙입니다.
인터넷매체 프레시안과 윈지코리아컨설팅의 최근 조사에서는 문재인 26.9%, 김두관 24.3%, 손학규 23.1%로 나타나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습니다.
민주통합 당은 완전국민 경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색깔이 다른 3인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까요?
어쨌든 보는 재미만 놓고 보면, 박근혜라는 막강한 후보가 있는 새누리당 경선보다는 엇비슷한 3인이 싸우는 민주통합당 경선이 더 재미있을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