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당원 220만 명의 명부가 문자발송업체에 넘어갔고, 이 업체에게 문자 홍보를 맡긴 새누리당 후보는 29명이라는 겁니다.
이 문자발송업체를 이용한 민주통합당 후보도 2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문자발송업체를 이용한 것이 당원 명부를 활용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살벌한 예비경선에서 당원 명부가 눈앞에 있다면, 선거에 이용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당원 명부를 손에 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의 게임은 볼 보듯 듯 뻔하겠죠?
당장 예비경선에서 떨어진 안경률, 진수희, 권택기, 신지호 등 친이계 전 의원 10명과 김문수 지사를 돕는 김용태 의원이 성명을 내고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어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김용태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용태 / 새누리당 의원(친 김문수)
- "이번 우리 새누리당의 공천 방식은 무엇이었느냐면 그야말로 공천 심상 위원회가 모든 전권을 쥐고 어떤 방식으로 공천하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컷오프니, 여론 조사니. 여러 방식이었습니다. 그게 정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당원을 넣어서 하는 것인지. 그야말로 오리무중 상태였기 때문에 후보자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죠. 그 상황에서 이 당원 명부가 유출된 겁니다."
비박 대선주자들도 가세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은폐·축소·왜곡할 수록 당은 망가지고 대선은 어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했습니다.
비박 주자들은 이 문제를 대선 경선 문제로까지 확대시킬 모양새입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친박계가 당원명부를 이용할 수 있으니,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완전국민경선제로 가자는 겁니다.
친박계는 어이없다는 표정입니다.
사건 진상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박근혜 전 위원장이 무슨 사과를 하라는 것이냐?' '당원명부는 친이계가 당의 실세로 활동하던 4년 내내 만들고 관리했으니 친이계도 가졌을 것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이정현 최고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최고위원(친박계)
- "요즘처럼 인터넷에 많이 유출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관리를 못 한 것은 문제 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 들어와서 당원모집하고 컴퓨터에 넣어놓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전에 정몽준 대표, 안상수 대표 있을 적에 다 똑같이 있었던 일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모두가 박근혜 위원장 어쩌고저쩌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새누리당 당원 명부 유출 공방에 민주통합당도 뛰어들었습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명부를 이용해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 5명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6월21일)
- "박근혜 위원장이 재임 시 유출됐고 박 위원장이 공천했고, 박 위원장이 선거운동 했다면, 이 책임은 반드시 박 위원장이 국민 앞에 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울러 현역의원 당선된 5명은 자진사퇴를 권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형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며 우리는 윤리위 제소를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똑같은 사건이라며 공세를 높일 태세입니다.
마치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욕한다'는 걸까요?
새누리당은 발끈했습니다.
당원명부 유출사건의 진상조사를 맡은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경기지역에서 당선된 민주통합당 의원 20여 명도 같은 문자발송업체를 이용했다며 그들도 사퇴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민식 / 새누리당 진상조사팀장(6월21일)
- "새누리당 당선자들이 이 업체를 이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당선된 5명이 사퇴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한다면 이 업체를 이용했던 민주통합당 의원 20여 명도 사퇴해야 할 것입니다. 야당의 원내대표께서 어떤 정확한 증거도 없이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적 공세로 동료 의원들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이 새누리당 당원 명부를 가져다 뭐에 쓰겠느냐며 황당하다는 표정입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한 문성근 고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성근 / 민주통합당 고문(6월21일)
- "돈을 주고 새누리당 당원 명부를 가져다가 작업을 했을 가능성 때문이잖아요. 그러니까 민주 통합당 당원 명부는 그 문자 발송 업체에 안 간 거죠. 아무 상관없는 거죠. 민주 통합당은. 그러니까 당원 명부 유출 돼서 경선에 경선 부정이 일어났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덮고 괜히 물타기 하느라고 저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죠. 어처구니없네요."
핑퐁게임처럼 공방이 오가면서 당원 명부 유출 사건은 '서로 흠집 내기'로 커져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공격입니다.
▶ 인터뷰 : 서병수 / 새누리당 사무총장
-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광주 모바일 선거 부정으로 자살한 사람 있던 게 생생한데 민주통합당 어떤 조치 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계속 저급한 정치공세 이어가면 국민이 용서 안 할 것입니다."
비박과 친박,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뒤엉키면서 새누리당 당원 명부 유출 사건은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와 진실은 또 이런 공방 속에 가려지는 듯합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나서 당원 명부를 이용한 사람은 처벌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정치인들은 왜 항상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